2월 들어 대세를 이루던 ‘조정론’이 설 연휴 직후의 폭등장세를 보고 나서 쏙 들어갔다. 이번에도‘주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푸념만 무성하다. 돌아보면 주가는 지난해 9월 바닥(468.76)을 찍은 후 현재까지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져5개월 만에 지수 800선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반년도 안돼 무려 330포인트나 올랐다.이제 대세상승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주가지수 추이를 보면 이미 해발400~500m 대의 야산지대를 지나 험준한 태산준령의 중턱에 올라서 있다. 이 산맥의 정상이 900인 지, 1,000인 지, 혹은 전인미답의최고봉인 지는 알 수 없지만, 정상을 향해 꾸준히 올라서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마치 개구리가 잔뜩 움츠렸다가 껑충 뛰듯이 주가도 1보 후퇴,2보 전진을 반복하면서 저점을 높여가고 있다.
가파른 기울기에 현기증이 날 만 하고, 예전 같으면 ‘꼭지’니 ‘상투’니 하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분석가들 중에는 현재의 경기회복 속도에 비해 지수 800은 부담스런 수준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시장의 눈은 여전히 발 밑이 아니라 머리위에 있다. 그래서 지어내는 말이 ‘일시 조정’ ‘숨 고르기’ 따위이다. 예상 외의 가파른 상승이 우려스럽지만, 주가가 항상 예상을 앞질렀으니나름대로 달아날 구멍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악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2월 조정론의 근거는 해외(미국)증시의 불안정, 2월 징크스라는과거 경험, 98~99년 대세상승기와의 유사성 등이었다. 지난 주에는 주가 급등으로 이 같은 악재는 잠시 묻혔지만, 금요일(15일) 미국 증시는또 다시 IBM의 회계분식 의혹으로 일격을 받았다. 기업회계 불신이 여전히 유령처럼 뉴욕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 주 주가 급등에 힘을 보탰던하이닉스 문제도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다. 마이크론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매각할 지, 독자생존을 모색할 지, 또 다른 길을 찾을 지, 그 때마다주가는 출렁일 것이다.
이번 주 눈여겨봐야할 지표는 미국의 1월 경기선행지수와 12월 무역수지, 우리나라의 1월 고용동향,1월 소비자전망, 1월 경제동향 등이다. 하지만 이들 거시지표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준다면 분식회계나 각종 게이트 등 단기변수에 따른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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