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한 귀퉁이에 자그마하게 나던 사건사고들이나 토픽성 기사들. 설마 그런 일이 있었으랴 싶을 정도로 황당무계한 사건들이 TV에 등장하고 있다.‘옛날 이런 일이 있었다더라’는 투로 만든 재연극은 복고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향수를 자극하지만, 가십성에 불과한 사건들을 부풀리는 솜씨는 실소를 자아낸다.
20세기의 독특한 사건을 통해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MBC ‘타임머신’(일요일 밤 10시 35분)이 대표적이다.
국내 사건뿐만 아니라 해외 토픽까지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재연해,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는 구수한 옛날 이야기처럼 소개한다.
1980년대 프로야구 인기가 한창일 때 야구중계방송을 보다가 실수로 집을 태워먹을 뻔한 한 남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미국 시카고의 한 공원에서 고릴라 우리에 빠진 아이가 고릴라에 의해 구해졌던 이야기, 이탈리아의 한 백화점에서 도둑이 마네킹 흉내를 내며 경찰의 눈을 피하다 결국 체포된 이야기 등….
이처럼 황당한 사건을 찾아내는 제작진의 노력이나, 짤막한 기사에 불과한 사건사고를 그럴듯한 드라마로 만들어내는 상상력은 감탄스럽다.
실패를 극복한 사연을 소개하겠다던 ‘실패열전 장밋빛 인생’(KBS2, 금요일 오후 8시 25분)도 방향을 틀어 황당한 사건을 재연극으로 소개하고 있다.
전과범이 자신의 친딸을 유괴한 사건이 도대체 실패를 극복하고 인생의 전기를 마련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는지.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제작진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보태넣기에 ‘재연’이라는 형식은 효율적이지만, 시청자로 하여금 허구와 실제의 경계를 헷갈리기 쉽게 만든다.
과거완료형의 사건일지라도 지나치게 상상력이 개입할 경우 내용에 신뢰를 잃을 위험도 있다.
더군다나 시청자가 실제 사건을 근거로 했다는 전제에 동의하고 있지만, 재연이라는 형식을 핑계삼아 비현실적인 상황을 연출해내고 ‘옛날이야기’투로 전하는 방식에서는 현실감을 잃기 십상이다.
비록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처럼 귀신이야기 등 검증되지 않은 비현실적인 소재를 취하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극히 드문 소재들이 선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소문에 근거에 현장에서 촬영하고도 거짓 귀신소동을 그냥 내보내는 실수를 저지른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와 같은 실수가 나올 우려도 없지는 않다.
‘하더라’투의 재연드라마는 시청자를 자극할 만한 선정적인 소재를 소화하고 현실보다 더욱 자극적으로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교양프로그램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타임머신’이 교양을 쌓는 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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