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빔 벤더스(57)와 그리스 출신 코스타 가브라스(69)감독. ‘거장’답게 그들은 제52회 베를린영화제에서 논쟁의 주인공이 됐다.벤더스의 영화 ‘많은 일이 일어났다(Viel Passiert)’는 음악으로, 가브라스 감독의 ‘아멘(Amen)’은 교황청에 대한 비판으로 영화제를 달구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 이어 두 번째 음악 영화를 내놓은 ‘베를린의 천사’ 벤더스는 음악사랑, 독일사랑을 외쳤고, ‘계엄령’ ‘뮤직박스’의 가브라스 감독은 ‘비겁한 자’에 대한 고발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 빔 벤더스 "음악속에서 독일인 정체성 찾아"
스무 살 무렵, 그는 색소폰을 16㎜카메라와 바꿨다. 벤더스는 “이때까지 나는 뮤지션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음악사랑은 ‘버린 꿈’에 대한 숭배이자 갈증이다.
‘많은 일이…’는 20년 전 나타나 지금도 수 백 만 독일 팬들의 영혼을 울리는 ‘쾰른 록’이라는음악을 창조한 그룹 BAP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뒤셀도르프에 있는 한 전시장에서 울프강 니데켄(51)을 아주 우연히 만났다.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한가롭게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니데켄은 BAP의 창설 멤버이자 리드 싱어. 그의 노래에는 고향인 쾰른의 사투리가 그대로 들어 있다.
둘은 BAP의 새로운 곡에 대한 토론을 벌이다 벤더스의 제안으로 ‘뭔가 본질적인 것’을 만들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많은 일이…’였다.
영화는 1982년 롤링 스톤즈,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과거와 현재, 음악세계와 그것을 위한 멤버들의 열정을 자료화면과 픽션을 결합해 그려간다.
벤더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몇 년 간 살았을 때 독일인으로서 정체성에 혼란이 생겼다. 그러나 니데켄의 노래를 들으면 나는 바로 독일인인 ‘나’를 찾았다. 거기엔 내가 독일에 대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있었다.”
◈ 코스타 가 브라스 "유대인 학살에 침묵한 것은 죄악"
일찌감치 비판과 논쟁을 의식한 듯 가브라스 감독은 영화의 근거를 먼저 밝히는 데 열중했다. “20여 권의 책을 탐독했다. 관점은 서로 달랐지만 한가지만은 분명 같았다. 교황청이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완벽하게 침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멘’은 실존 인물인 독일 화학자이자 SS(나치 첩보부) 장교였던 쿠르트 게르스타인과 수도사 리카르도를 통해 당시 수많은 생명과 영혼을 구할 수 있었던 교황청의 ‘침묵’을 고발한다.
1963년 초연된 롤프 호시후트(Rolf Hochhuth)의 연극 ‘대표자(The Representative)’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영화는 추상적이지만 교황 피우스 12세의 태도에 대해, 자기합리화에 대해 비판한다.
“당시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고, 오히려 떠드는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할 수도 있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했다.
그것이야말로 모든 것을 그렇게 받아들이는 방식이 될 것이고, 어떤 저항의 형태도 죽여버리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의 태도는 비록 SS장교이면서도 나름대로 유대인 학살을 저지하려 했던 게르스타인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그 당시 그들(교황청)의 무저항은 그 자체로 죄악이었다”는 가브라스 감독. 그는 지금 교황청 신부들에 의해 고소당한 처지이다.
베를린=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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