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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자신과 주변 항상 경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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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자신과 주변 항상 경계를

입력
2002.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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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들의 ‘친인척 비리’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전 검찰총장의 동생들, 전 국세청장과 관련된 소위 ‘가족 타운’, 최고위 공직자의 인척이 벌인 잘못이 속속 드러나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과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 조상님들께 부끄럽게도 - 몇몇 친인척들은 구속되기도 했다.

비리 보도들을 접하면서 얼른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 ‘고위공직자가 된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인데, 왜 비리에 관여해 그간의 공적을 하루 아침에 뒤엎어 버릴까’ 하는 점이다.

한 국가의 공권력을 상징하는 자리에 올라 청렴하게 국정을 본 사람이, 자기 가문이나 집안에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이해 못하는 다른 측면이 있을까.

출세간(出世間)에 사는 나 같은 사람은 이런 일이 터지면 자연스레 관심가는 부분이 있다. 성인으로 추앙 받는 분들은 친인척 관리를 어떻게 했을까 하는 점이다.

다른 종교의 교조나 성인들은 차치하고, 불교 교조인 부처님은 친인척 문제 즉 주변 관리를 어떻게 했을까. 인간적 면모가 풍부하게 드러나는 초기 경전들을 보면, 부처님도 친인척 문제로 상당히 고생한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부처님은 친인척 문제에 매우 엄격했다. 친인척 비리에 너그럽고 다른 사람에 엄격하면 교단 운영자체가 힘들다는 점을 알고, 특히 비리 자체를 근절시켜야 올바른 수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깊이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친인척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전들이 잡아함경제38권 난타경(難陀經) 십송률(十頌律) 제36권, 중아함경 3권 라운경(羅云經)등이다.

부처님의 이복동생 난타 비구는 항상 화려한 옷을 입고, 좋은 바루를 지니고 다녔다. 당연히 말들이 나왔다.

주변 사람들은 “난타가 귀한 가문에서 태어나 함부로 자랐고, 부처님 이복동생이기에 사치스럽게 다닌다”고 한 두 마디씩 했다.

이야기를 들은 부처님이 난타를 불러 타일렀다. “난타야, ‘나는 부처님의 이복 동생으로 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출가했다. 때문에 생활을 더욱 검소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너보고 ‘과연 부처님의 이복 동생답다’고 할 것이다.”

십송률 제36권에 나오는 데바닷타는 부처님을 가장 괴롭힌 ‘주변인’에 속하리라. 평생 부처님을 모신 아난다의 형이자, 부처님의 사촌 동생인 데바닷타는 왕위를 찬탈한 아자타삿투왕과 결탁해 교단을 장악하려고 음모를 꾸몄다.

음모는 실패했고 데바탓타는 지옥에 떨어졌지만, 부처님의 마음 고생은 아마도 심했을 것이다.

이런 예들을 보면 세간에 사는 고위공직자의 친인척 비리가 오죽하랴 싶기도 하다. 그러나 집안의 누가 정상에 올랐다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또 그런 사람을 통해 무엇인가 얻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군상들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을 울리는 비리가 조장되고 또 만들어지는 것이다. 돈과 명예에 대한 주변의 끝없는 욕심이 청렴한 공직자 자신마저 흙탕물에 빠지게 하는 셈이다.

아니, 비리는 본질적으로 자신에게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대중의 지도자나 공직자로 나서려는 사람은 주변과 자신을 항상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

물건을 보면 욕심이 생기는 법. 그렇기에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 끈을 고치지 말고, 외 밭에서는 신발 끈을 묶지 마라’고 옛 사람들이 말하지 않았던가.

주변과 자신을 경계(警戒)하고 또 경계할 일이다.

/지홍 조계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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