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양대 부총리 부처인 재정경제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한동안 잠복해 있던 주요 교육현안을 둘러싸고 연일 장군멍군식 공방을 벌이며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까지 이 논쟁에 가세하는 등 사태의 파문이 확산되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급기야 ‘중재’에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이상주(李相周)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김 대통령에게 새해 업부보고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진 념(陳 稔) 경제 부총리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기한 현행 고교평준화 제도 수정과 대학기여입학제 허용 등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 부총리는 먼저 “선진 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고교 평준화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진 부총리와 KDI보고서에 대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 나의 신념”이라며 반박했다.
반대 이유로는 중학교육 파행과 명문고에 진학하려는 ‘중3병’의 부활. 그는 “과거 평준화 제도 도입 이전에는 중학생이 별을 보고 등교하고 별을 보고 귀가하는 현상이 있었는데 평준화 제도의 틀을 흔들면 고입 재수생이 생기는 등 너무 큰 혼란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그러면서 “현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자립형 사립고 확대 등 보완책을 강구해 나가겠으며, 70%의 국민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는 대학기여입학제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문제가 크게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채택하기 어렵다”며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부분의 사립대가 양심적이지만 기여입학제가 허용될 경우 금전으로 대학입학을 사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또 수십억원을 주고도 입학하려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1,000만원을 내걸어도 안들어가는 대학이 있을 수 있다. 한마디로 명문대와 지방대ㆍ후발대간의 격차가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는 것을 반대의 이유로 들었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교육부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 부총리에게 “경제부처에서 교육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너무 배척만 하지 말고 합당한 것은 받아들이고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해명ㆍ설득하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김 대통령의 ‘중재안 ’은 교육부가 외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라는 뜻으로 경제부처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와 교육이라는 국가의 양 축을 담당하는 두 부처간의 논쟁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대 백순근(白淳根ㆍ교육학과) 교수는 “중요한 교육 현안에 대해 부총리라는 사람들이 정부 내부의 조율도 없이 불쑥불쑥 한마디씩 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신(金明信) 서초강남교육시민연대 회장은 “부처별로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바람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학생과 학부모”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