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의 무삼바니들.’ 시드니 올림픽 최고의 스타가 남자 자유형 100m서 적도기니 대표로 출전, 꼴찌를 차지하고도 박수갈채를 받았던 에릭 무삼바니(25)였다면, 이번 동계올림픽에는 자야람 카드카(29ㆍ네팔)와 필립 보이트(31ㆍ케냐)가 ‘솔트레이크판 무삼바니’로 관심과 화제를 모으고 있다.남자 10㎞ 크로스컨트리 클래식에 나란히 출전한 이들은 다른 선수들과 기량차가 너무 커 성적보다는 참가가 더 의미를 두고 있다.
네팔 출신 동계올림픽1호 참가자로 등록된 카드카는 7년 동안의 기나긴 법정 투쟁 끝에 영국 영주권을 얻어 현재 의붓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석 달 동안 프랑스 설원에서 피땀을 흘렸지만 애석하게도 성적은 83명 중 82위.
그는 꼴찌로 결승점을 통과한 카메룬 대표 아이삭 메놀리와 진한포옹을 나눈 뒤 “우리야 말로 올림픽정신 그 자체”라며 “아마 20년 후에는 가난한 나라 네팔에도 히말라야 산맥에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년 전 나가노 올림픽 때 아프리카 최초 참가자로 스타덤에 올랐던 보이트는 80위로 통과했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스키를 타 보려는 유혹을 느끼게 한 동계올림픽 민간외교관”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 장면을 옆에서 지켜본 미라셰미 모차파(28ㆍ이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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