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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사이버 스페이스에 천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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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사이버 스페이스에 천국이…"

입력
2002.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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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역사/ 마거릿 버트하임 지음/박인찬 옮김/생각의나무 발행/2만원‘공간의 역사’는 두 가지 문제 의식을 갖고 출발한다. 이 책은 공간에 관한 개념의 변화가 인간 위상의 변화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또 인터넷이 이룩한 사이버스페이스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역사적 탐구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13세기의 기독교적인 공간관부터 21세기 현대 과학의 공간까지 공간에 대한 개념과 상상력의 변천 가정을 단계별로 검토한다.

단테의 ‘신곡’은 중세의 기독교의 공간관을 대표하는 지도이다. ‘신곡’에서 그려진 지옥과 연옥, 천국은 중세가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을 아우르는 세계상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신곡’의 공간이 완벽에 가까운 ‘가상세계’를 묘사하고 있긴 하지만, 그 세계가 사실적이라는 점에서 21세기의 사이버 스페이스와 맞닿아 있다.

17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중세의 우주론은 소멸됐다.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 뉴턴 등의 수학자들이 천상의 공간에 대한 기존 개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천상은 성스러운 질서 대신 세속적인 물질의 힘과 수학 법칙에 따라 형성된 공간이 돼버렸다.

천상과 지상의 공간이 단일한 물질 세계로 통합되면서 ‘모든 장소는 동등하고, 어떤 장소도 다른 장소보다 특별하지 않다’는 새로운 관점이 나왔다.

인간의 위상도 마찬가지로 ‘서열 없이 동등한’ 것으로 바뀌었음은 물론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적 세계상은 공간을 ‘우주의 적극적인 참여자’라고 명명한다. 상대성 이론을 필두로 한 20세기의 공간 이론은 공식을 사용해 장소를 단순화한다.

‘공간의 무정부상태’인 셈이다. 이렇듯 경계를 넘어서서 출현한 사이버 스페이스는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고 저자는 밝힌다.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스페이스로 들어갈 때 인간의 몸은 컴퓨터 앞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있지만, 인간의 ‘어떤부분’은 새로운 영역으로 이동한다.

이 영역은 비물질적이지만 실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과감하게 사이버 스페이스를 ‘영혼이살아가는 공간’이라고 부른다.

실제 세계를 초월하는 장소가 공간의 역사의 필연적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사이버 스페이스는 기독교적인 천국의 공간을 과학 기술로 실현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완벽한 세계는 어쩌면 ‘천국의 문’이 아니라 닷컴(.com)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전자통로 뒤에 있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물질과 정신을 모두 인터넷에 담을 수 있게 된 오늘날 섬뜩하게 들리는 말이다.

마거릿 버트하임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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