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매각임박 소식은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지만 하이닉스 주가는 오히려160원 떨어진 2,370원으로 마감했다. 분석가들이 예상하는 매각 이후 주가는 더욱 비관적이다.반대로 삼성전자는 3만4,000원 올라 신고가(35만5,000원)를,우선주는 3개월여만에 상한가인 14만7,000원을 기록했다. 두 종목의 주가 차별화는 이번 매각 이후, 하이닉스는 껍데기만 남고, 매각에 따른수혜는 삼성전자가 독차지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가 조금 더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과 관련, 채권단은 매각가격에, 시장은 매각방법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협상의 난항에 따라 각기 다른 의견을 냈던 증권사들은 이번 협상결과가 이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메모리 부문 매각으로 D램 가격 상승은 하이닉스에 더 이상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게 됐다. 비 메모리 부문의 기업가치를 2조원대로 추정한 현대증권은 전환사채(3조원대)의 전환물량을 10억주로 감안해 현재 발행주식(10억주)과 합산하면 주당가치는 1,000원에 불과하다고 계산했다.
한때 독자생존론이 채권단에서 불거지자 강력매수 의견을 검토했던 이 증권사는 ‘주주가치가 불투명하다’ 며 의견을 비중축소로 바꿨다. 대우증권은 나아가 “향후 협상이 매각가격에서 매수청구권과 채무탕감으로 넘어오게 되는데, 이를 고려해도 주가는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매수청구권 해결에 2조5,000억원, 남는 채무 3조원 등을 감안하면, 그간 협상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주가 강세를 연출시켰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은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돼야 매각의 윤곽을 잡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고, 굿모닝증권은 매각 이후 회사가치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돼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하이닉스의 D램부문 철수로 나머지 기업들의 수혜는 갈수록 커진다는 예상이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 3자 우위의 공급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D램가격 강세와 주문증가를 예상하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40만원대 이상으로 상향하며 매수의견을 유지했다. 결국 ‘하이닉스가 죽어야 시장이 산다’는 지난해 시장논리가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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