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를 ‘전국 광역점(店) 달성 원년’으로 삼은 백화점과 할인점들이 취약 지역에 집중적으로 신규 점포를 오픈하면서 전국이 유통업계 춘추전국시대의 전장으로 바뀌었다.유통업체들이 모기업이나 주력계열사가 자리잡은 지역에서 안정적인 성장에 만족하던 보수적인 경영 풍토를 버리고 적진 깊숙이 신규점을 들이미는 정면 대결을 선택했다. 이는 비교적 소규모인 국내 소비시장 특성상 2위권 밖으로 밀려나면 군소업체로 전락하고 만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공격 경영이다.
▦공룡들의 발 빠른 행보
롯데백화점이 8월에 문 여는 18호점은 인천 지역 백화점 업계의 패자인 신세계백화점과 500m정도 떨어진 남구 구월동에 들어선다.
지난 해 8월 울산 남구 삼산동 14호점 오픈으로 울산 터줏대감인 현대백화점과 50m를 사이에 두고 일전을 벌이고 있는 롯데가 인천에서 신세계와 정면전을 시도함으로써 업계 2, 3위 업체들을 적진에서 한꺼번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 이마트가 올해 새로 여는15개 점포 중 대구 칠성점(4월)과 대전 둔산점(4월), 경북 구미점(6월), 경남 창원점(8월), 인천 연수점(11월) 등은 경쟁업체의 전략점포가 선점한 지역을 공략한다.
특히 할인점 점포당 전국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대구 칠성점 및 경남 창원점과는 정면승부를 피할 수 없는 처지이고 대전에서는 까르푸와 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이게 된다.
▦후발주자들의 맹공
홈플러스는 수원 인계점(4월), 인천가좌점(7월), 부산 가야점(9월), 대전 용전점(10월), 순천 조례점(11월) 등 전국 주요 도시를 아우르는 11개 신규 점포를 올 해 내로 연다. 홈플러스의 수원 인계점은 지난 해 9월 오픈한 이마트 수원점과 2㎞여 거리를 두고 들어설 예정이고 대전 용전점도 이마트 둔산점과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잇따라 매장을 열어 대전 상권 경쟁에 나선다.
올 해 13개 점포를 오픈하는 롯데 마그넷은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혈투가 벌어질 수원, 이마트가 46호점을 여는 창원 등에서 할인점 업계 1위 쟁탈을 위한 상권 경쟁에 뛰어든다.
업계 관계자는 “철저한 계산에 따라 신규점을 오픈하겠지만 공격하는 업체와 수비하는 업체 모두 위험부담이 크다”며 “결국 ‘빅3’에서 밀려나면 끝이라는 위기감에서 정면 승부를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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