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유태준(劉泰俊ㆍ34)씨가 13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재탈북 행적이 9일 입국후 국가정보원등 합동신문조에 밝힌 진술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 ‘유태준 미스터리’가 갈수록 불거지고 있다.14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유씨는 언론에는 “정치보위부 감옥을 탈출해 중국으로 넘어왔다”고 주장했으나, 앞서 합신조 신문에서는 “감옥에서 풀려나 양정기업소(정미소)에서 일하다 탈출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검 공안1부와 서울경찰청 보안부는 이에 따라유씨가 신고없이 입북한 점을 들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불구속입건한 데 이어, 유씨의 석연치 않은 행적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우선 유씨 이적활동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유씨의 엇갈린 증언은 물론 북과 중국 등에서의 행적 전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탈북과정 미스터리
죽음을 무릅쓰고 정치보위부 감옥을 탈출했다는 유씨의 증언은 한편의 소설이었다.
유씨는10일 합신조 조사에서 “지난해 1월 북한 당국에 체포된 뒤 5개월간 청진의 감옥에서 지내다 석방된 뒤 평남 평성시 양정기업소에서 근무 도중 점심시간에 탈출했다”고 밝혔다.
양정기업소는 정치보위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자유로운 상태에서 노역을 시키는 장소로 알려져있다. 당초 유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철사로 수갑을 푼 뒤 보초를 때려 눕히고 창고지붕을 이용, 5m 높이담장을 넘어 평양 정치보위부 감옥을 탈출했다고 밝혔었다.
유씨는 당시 눈물까지 흘리며 탈출상황을 설명했고 자신의 탈출을 도와준 보위부 기관원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말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유씨의 어머니 안정숙(安貞淑ㆍ60)씨는 이에 대해 “청진 감옥 석방이 김정일의 특별지시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에 김정일의 특혜를 받았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내가 아들에게 그렇게 시켰다”고 말했다.
안씨는 그러나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은 조국도 사랑한다’는 등의 내용의 김정일 석방친서가 내려져 풀려났다”고 밝혀 수감 4개월여가 지난 시점에 탈북자에게 이런 특혜를 내려지게 된 경위도 새로운 의혹으로 떠오르고있다.
■ 중국입국의혹
유씨가 북으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 중국으로 간 경위부터 의문 투성이다. 유씨는 2000년 6월 심양으로 출국하는 과정에서 재중동포와의 결혼을 목적으로 여권과 비자를 받고 중국에 입국했다.
북한에 남겨둔 아내 최정남을 데려올 목적이었다면 굳이 어머니 안정숙(59)씨에게까지 이를 숨길 이유가 있었는 지 의문이다. 더욱이 그가 탈북자 신분임을 감안하면 중국 출국이 문제없이 이루어진 점도 의아한 대목이다.
■ 당국조사의혹
유씨는9일 베이징에서 인천공항에 입국한 뒤 곧바로 경찰에 연행돼 다음날 합신조의 조사를 받고 하루만에 불구속 입건돼 석방됐다.
재탈북인데다 북한 억류 당시 남한비방회견까지 한 유씨를 이틀만에 신속히 신병을 풀어준 점이 석연치 않다.
국정원 당국자는 “대공혐의점이 없고 일반국민이어서 불구속조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반 탈북자의 경우 1∼2개월 동안 탈북경위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지나치게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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