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와 보전을 둘러싸고 숱한 논란을 빚어온 수도권집중 억제정책이 다시금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재정경제부가 13일 현행 정책이 국가경쟁력만 약화시켰다며 진입장벽 완화 등 전면적인 재검토에 착수한 반면 건교부는 정책 변경이 수도권집중을 심화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올해 선거 및 대선을 치러야하는 여권이 지역균형 발전방안에 부심하고 있고 지방정부도 수도권과의 경제력 격차를 확대시킨다며 결사 반대하고 있어 재경부가 이를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재경부 정책전환 배경
재경부가 수도권집중 억제정책에 메스를 가하려는 것은 규제위주의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부작용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되고 있다.
수도권의 획일적 입지 규제는 수도권공장의 지방이전 촉진보다 수도권의 공간적 확산과 자본의 국외유출, 외국인투자감소 등 부정적 측면만 양산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국내기업의 해외이전이1990년 515건, 16억달러에서 97년 1,569건, 58억달러로 급증했으며, 수도권에 입주해있던 대한방직, 한일합섬,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중국과 미국 등으로 빠져나갔다.
대기업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인허가장벽으로 덴마크 레고사, 미국 코닝사, 일본JK반도체등이 투자를 포기하거나, 제3국으로 투자처를 이전했다.
재경부는 제조업과 수도권인구집중과의 관계가 미미한데도 공장 신ㆍ증설을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수도권제조업체수는 1990년 5만5,874개로 85년에 비해 2배가 증가했지만 사업체당 종업원수는 85년 47.8명에서 90년 22.1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또 전체종업원수도 줄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수도권 규제로 기업영세화, 무등록 공장 난립을 초래, 환경보호측면에서도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 정책대안
재경부의 해법은 세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인위적인 수도권 억제정책의 산물인 공장신ㆍ증설 등 인허가장벽을 완화시키자는 것.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속에서 수도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공해유발업종을 제외한 첨단정보통신산업,금융기관 및 무역업체들을 유치, 동북아비즈니스중심기지, 서비스강국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둘째는 수도권 진입을 희망하는 기업들에게서 과밀억제부담금, 환경오염 유발부담금 등을거둬 지방정부의 균형발전기금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역균형발전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지방이전기업의 금융,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2,000억원규모의 지역균형발전특별기금도 조성, 지역특화산업에 집중지원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도권 인구집중의 핵심요인인 교육의 불공평성 문제 해소를 위해 지역별 비평준화고교 및 특수목적고등의 설립인허가 규제 완화도 대폭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지역의 허파역할을 하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대폭 풀 수 밖에 없어 환경부 및 환경단체등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단국대 조명래(趙明來)교수는 “신자유주의 논리로 무장한 국민의 정부가 시장경제논리로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과다하게 재조정할 경우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반발하는 건교부
건교부는 재경부의 수도권 억제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추진에 대해 “현 정책기조를 고수하겠다”는입장을 고수, 부처간 협의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 관계자는 “수도권지역 부동산가격이 꿈틀대는 상황에서 각종 규제를 풀 경우타오르는 장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라며 “수도권 인구집중 심화, 지역간 불균형 발전을 부채질하는 수도권억제정책의 완화를 검토하지 않고있다”고 강조했다.
국토연구원 이동우(李東宇) 연구위원은 “수도권의 경쟁력은 이제 지방과 연관해서 평가하기 보다 베이징, 도쿄, 홍콩 등 경쟁국 수도와 비교해야 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지식산업, 첨단정보산업의수도권 투자는 선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수도권 육성전략은 지방에 대한 투자기회를 빼앗는 제로섬 게임의 측면이강하므로 지역간 균형발전 전략을 병행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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