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전후해 시도됐던 남북 이산가족상봉 제의가 무산된 가운데 북쪽의 아들과 딸을 그리며 살아오던 102세의 할머니가 상봉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화재로 숨졌다. 13일 강원 고성군에 따르면 거진읍 화포리 전치옥(全致玉ㆍ102) 할머니가 지난달 28일 집에서 발생한 화재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입원 하루만인 29일 밤 숨을 거뒀다.
고성군 간성읍 어천리 전씨 집성촌에서 태어난 전 할머니는인근 마을인 화포리로 시집을 왔으나 28세때 아들과 딸 3남매를 둔 상태에서 남편과 사별했다. 이후 홀로 자식을 키운 할머니는 같은 생활권이었던38선 이북의 고성읍과 원산 등지로 아들과 딸을 내보냈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인해 휴전선이 38선보다 훨씬 북쪽으로 올라간 지금의 상태로 그어지자 북고성의 고성읍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 임종열(81)씨와 원산 등지로 출가한 딸 춘성(80), 춘옥(79)씨와생이별을 하게 됐다.
졸지에 아들 딸과 헤어지게 된 전 할머니는 화포리에서 혈혈단신 혼자서 농사를 지으며 집과 집 인근의 사찰에서 자식들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로 생활했으며, 가까이 살고 있는 조카 손자 임우택(55)씨등 큰댁 친지들의 보살핌을 받아 왔다.
사고 당시의 화재도 혼자서 촛불을 켜놓고 기도를 드리다 촛불이 넘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조카 손자인 임우택씨는 “이산가족 생사확인을 통해 자부와 손녀가 평양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이산가족 서신교환 대상자에 포함돼 편지를 보내기도 했으나 정작 궁금한 자식들의 소식은 알지 못해 늘 안타까워 했다”고 말했다.
곽영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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