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서울시청 민원봉사 실내 민원인 컴퓨터이용실 한 켠에는 전에는 보지 못했던 두꺼운 책 2권이 놓여있었다.시와 서울시공무원직장협의회(직장협)가 처음으로 합의한 '승진대상자 업적실적 공개 방침'에 따라 승진 대상자가 자기의 실적을 적어놓은 책이었다.시청 직원들도 보고 시민도 확인하게 하겠다는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이날 실적공개는 '자기들만의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미원실에 들른 시미은 물론 시청직원조차 그 자리에 그 같은 책이 있었는지도 모른 채 오후 5시 책은 치워졌다.
한 시미은 기자가 "이 서류 보셨습니가"라고 묻자 "저렇게 구석에 처박아 두면 누가 알고 보겠느냐"며 "컴퓨터 시대인데 왜 홈체이지에는 공개하지 않느냐"며 혀를 찼다.시 공무원 직장협의회 이희세 회장도 "저렇게 공개 아닌 공개를 할 줄 알았다면 이런 제의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뒤통수를 한대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같은 상황은 예견된 것이었다.시가 "직원들이 보는 행정전산망에 승진후보자의 업무실적을 공개하라"는 직장협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공개 일자가 단 하루에 불과했다는 점이다.시 관계자는 "직장협과 합의후 시간이 너무 촉박해 하루만 실시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랬다면 인사 날짜를 며칠 미루고 제대로 준비해 며칠간 공개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시는 내년 정기인사에서도 이 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다음번에는 '제발 보지 말아달라'는 처럼 보이는 이런 식의 공개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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