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에서 찬밥 대접을 받았던 ‘반지의 제왕’이 아카데미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등 13개 부문의 후보로 지명됐다.‘뷰티풀마인드’와 ‘물랑루즈’가 남녀 주연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또 오스카사상 처음으로 두 흑인 배우가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제를 주최하는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의 프랭크 피어슨 회장은 12일(현지시간)24개 부문 후보작을 선정, 발표했다.
‘반지의 제왕’은 작품상, 감독상(피터 잭슨), 의상디자인상, 미술상, 각색상 등의 13개 후보에 올라 ‘타이타닉(14개 부문)’의 아성에 도전하면서 골든 글로브에서의 설움을 씻었다.
가장 치열한 각축이 예상되는 남우주연상 후보에는 러셀 크로가 3년째 후보에 올라 2연패를 노리는 것을 비롯해 ‘나는 샘’의숀 펜, ‘인더 베드룸’의 톰 윌킨슨과 더불어 두 명의 흑인 배우 윌 스미스(‘알리’), 덴젤 워싱턴( ‘드레이닝 데이’) 등 모두 5명이 후보에 선정됐다.
여우주연상은 ‘몬스터 볼’의 할 베리, ‘아이리스’의주디 덴치, ‘물랑루즈’의 니컬 키드먼, ‘인더 베드룸’의 시시 스페이섹,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르네 젤웨거가 후보로 결정됐다.
당초 올 오스카상 최대 화제는 러셀 크로의 2연패 달성 여부였으나, 후보가 확정되면서 흑인 배우들이 얼마나 선전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두 흑인 배우가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남녀주연상에 3명의 흑인배우(여자는 할 베리)가 노미네이트된 것은 1972년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작품상에는 ‘반지의 제왕’ ‘뷰티풀마인드’ ‘물랑루즈’ ‘인더 베드룸’ ‘고스포드파크’가 올랐고, 애니메이션 부문은 ‘지미 뉴트런’ ‘몬스터주식회사’ ‘슈렉’이3파전을 벌이게 됐다. 시상식은 3월 24일.
/박은주기자
■남우주연상 2연패 노리는 러셀 크로
“내가 나의 영화를 평가하는 방식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없다. 난 여전히 위대한 수학자 존 포브스 내쉬로서의 역할에 불만족스럽다. 물론 이 역할이 배우로서 나의 연기력에 자양분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글래디에이터’로오스카 남우상을 거머쥐었고, 3월 예정된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수상권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러셀 크로(38).그는 12일 베를린에서 오스카상 노미네이트 사실을 전해 듣고서도 그다지 흥분한 기색이 아니었다.
2000년 ‘인사이더’로후보에 오른 것까지 치면 3년째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지만, 12일 베를린 영화제가 마련한 ‘뷰티풀마인드’(경쟁 부문)의 기자회견장에서도 평소의 지적이고 과묵한 모습 그대로였다. 덥수룩한 수염에 다소 긴 장발 모양으로 나타난 그는 “아카데미의 명예를 존중하기에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영광이지만 작업을 함께 한 동료들의 평가가 진정한 평가”라고소감을 밝혔다.
이어 “사실 칭찬이나 상을 모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황홀하게 만드는 작업이기에 연기를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자리를 함께 한 론 하워드 감독은 “나자신을 포함해 영화에 함께 한 모든이들이 최선을 다한 것은 사실이지만, 러셀의 연기가 아니었더라면 어떤 부문에서도 노미네이트(8개 부문)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글래디에이터’에서 암울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검투사로 나왔던 러셀 크로는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스스로가 FBI의 비밀 공작원이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천재 수학자로 나와 전혀 새로운 연기 양식을 보여 주었다.
러셀 크로는 “14세 이후 수학과는 완전히 결별했다”며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다닐 때 영어를 못하는 헝가리인 수학 선생님 때문에 수학시간에도 대체 뭘 하는 지 몰랐는데, 이제는 좀 후회가 된다”며 자신은 절대‘수학 천재’가 아니라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영화속 내쉬는 창문에 끊임없이 고차원 방정식을 그리는데 나는 도형을 그저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엉뚱한 숫자를 그려 넣기도 했다”고 실토했다. 기자회견을 싫어하기로 유명한 러셀 크로는 기자회견장에서도 손장난을 하거나 시계를 들여다 보면서 따분한표정이 역력했다. 그 모습이 어찌보면 ‘왕따’ 존 내쉬와 닮았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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