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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남자 '차인표'…"바른생활 사나이라고요? 잘못도 하며 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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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남자 '차인표'…"바른생활 사나이라고요? 잘못도 하며 살죠"

입력
2002.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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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정치, 금융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여의도.첨단과 합리, 그리고 철저한 실리추구만이 생존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선 정을 주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철저한 이해득실에 따라사람들의 부상과 추락이 명확히 갈리기 때문이다.차인표(35). 여의도와 가장 잘 어울릴 듯한 외양이지만 속은 그렇지 못한 사내다. 그는 최근 유승준 사건으로 인한 해외파 연예인의 입대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차인표는 1994년 인기절정일 때 미국영주권자이면서 자진입대했다), 남북을 왜곡되게 그렸다는 이유로 영화 ‘007 시리즈’ 출연 제의를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아름다운 청년’ 차인표가 사는 법 몇 가지.

▼드레스 정장과 감자 농사

그는 정확하고 성실하다. 그리고 예의 바르다. 2년전 동료 연예인들과 미국 여행 중 예정에도 없던 한 레스토랑을 찾게 됐다. 백화점으로 뛰었다. 정장을 원칙으로 하는 레스토랑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연예인들은 아무도 정장을 하지 않고 들어갔지만 그는 정장을 구입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와 동행했던 한 방송사 PD가 전한 말이다. 연출자나 감독들은 그의 좋은 매너에 곧 잘 속는다. 출연 섭외를 논의하자고 제의하면 정확히 나타나기 때문에 모두 출연할 것이라는 확신을 한다. 하지만 정중한 거절을 표하기 위한 그 나름의 배려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혀를 내두른다. 늘 이런 식이다.

‘어머니는 감자 농사를 지으신다. 그러나 언젠가 우릴 반겨줄 어머니가 더 이상 안 계실 날이 올 것이 아닌가. 어머니의 환한 미소가 그리워질까 봐 나는 일요일이면 농사를 지으러 정민이와 아내와 함께 어머니가 감자 농사를 짓는 곳으로 향한다.’ 팬클럽 사이트에 올린 정감이 묻어나는 그의 글이다.

인터뷰를 위해 신문사를 찾은 그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사인을 해 달라며 몰려든다. 그는 일일이 정성스레 사인해 주며 “고생한다. 열심히 살아라”는 당부까지 잊지 않는다. 공존할 수 없을 것같은 정확치밀함과 정, 그 두 가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사람이다.

▼ 자신에 대한 평가에

요즘 차인표는 본업인 연기 말고 다른 일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한반도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007 영화’ 출연을 포기하고 할리우드 진출을 포기한 탤런트 차인표씨를 통해 새로운희망을 발견했다”, “영주권을 포기하고 군복무를 다한 차인표는 바른생활 사나이의 전형이다” 등 국회의원들의 찬사가 그를 새삼 뉴스 속의 인물로 부각시킨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비난받는 사람과 나는 종이한 장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나 역시 잘못을 할 수 있고 잘못도 하고 산다.” 그의 대답은 이렇게 명료하다.

영화 출연 거절과 군입대 이유에 대해서는. “지구상의 3억 명 이상이 보는 유명한 시리즈 영화에 남북한이 잘못 그려져있어 출연하지 않았다.” “나는 한국에 살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하는이와 결혼하고 싶었다. 그래서 군대를 갔다.”

▼박찬호와 순덕이

많은 사람이 그를 좋아하지만 그가 자주 만나는 사람은 특색이 있다. 예의 바른 사람과 아픔이 있는 사람이다. 프로야구 선수 박찬호를 자주 만난다. 유명인의 친분 쌓기로 그들만의 집단을 형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미국에 와서 ‘자식을 잘 봐 달라’며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아버지 모습에 속상해 하는 박찬호. 그가 ‘나는 네가 잘 된다면 모든것을 해도 좋다’는 편지를 남기고 귀국한 아버지 편지를 보며 우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차인표가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 박찬호를 좋아하게된 이유다.

동료 탤런트인 박상원 윤태영 이서진 등 그가 자주 만나는 연예인들은 한결같이 예의 바르다고 소문난 연기자들이다. 그는 그리고 이해관계 없이 만날 수 있는 고등학교 동창들을 자주 만난다.

그가 만났던 사람 중에 순덕(12)이라는 넝마주이 소녀가 있다. 서울 청담동 살 때 귀가하다 우연히 동네에서 이 소녀를 만났다.

너무 힘들어 보여 집에 데려가 밥도 먹이고 옷도 사 주었다. 동정은 결코 아니라고 했다. 그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 아이와의 만남이 그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인터넷 영화‘노란 리어커’ 에 담겨 있다.

▼몇가지 에피소드들

지난해 9월 만났을 때 그는 휴대폰의 폴더가 떨어져 테이프로 붙여 사용하고 있었다. “쓰는 데 지장 없는데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 이유가 간단하다. 이번에 만났을 때 휴대폰이 새 것으로 바뀌었다.“(윤)태영이가 선물한 것이다. 오래된 휴대폰이 잘 들리지 않아 선물로 받은 것이다”

그는 어느정도 한국의 전형적인 가부장적 남편이다.가사는 별로 도와주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아내를 감동시킬 줄 아는 남자다. 노래방에서 신곡을 신나게 부르다 요즘 노래를 전혀 못 부르는 아내를 보고 당황하고 가슴 아파한다.

영화 ‘아이언 팜’ 출연으로 집을 많이 비운 그는 밸런타인 데이 때 아내 신애라에게 장미 100송이를 선물하려고 인터넷에 주문을 했다. 결혼 후 처음 하는 꽃 선물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와이프가 쓸데 없는 곳에 돈을 썼다고 핀잔을 줄 것 같다” 며 쑥스러워한다.

경기 고양시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어머니는 차인표에게 늘 “네가 먹을 것은 네가 농사를 지어 먹어라”고 말한다. 이런 어머니 때문에 차인표는 “연예계의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떠날 생각이다. 그리고 또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할 수 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차인표가 밝힌 '007 출연거부'

차인표가 영화 ‘007 시리즈’ 출연 제의를 거절한 배경과 이 일이 알려지게 된 사연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음은 차인표가 인터뷰 도중 처음으로 밝힌 내용이다.

지난해 6월 미국 메이저 영화사인 MGM으로부터 ‘007 시리즈’ 의 스무 번째 작품 오디션 참가 를 제안받았다. 하지만 그 후 소식이 없었다. 영화 ‘아이언팜’ 촬영차 지난해 10월 미국에 체류할 때 e메일을 통해 미국 캐스팅 디렉터로부터 두 장의 대본과 함께 오디션에 참가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제임스 본드 다음으로 비중이 있는 북한군 장교 역인데 걱정이 돼 이틀 간 대사를 완전히 외우고 ‘아이언팜’의 육상효 감독과 연기연습을 했다. 11월 LA의 한 스튜디오에서 오디션을 받았다. “완성대본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캐스팅 디렉터는 “대본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3주 후 이력서 요구와 함께 계약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북한을 소재로 한 첩보영화라는 느낌만 있었다. MGM과의 복잡한 계약을 위해 찰리 에이전트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계약을 추진했고, 영화에 필요한 잠수복 군복 등의 치수를 재며 영화 출연 준비를 서둘렀다.

12월 30일 완성된 대본을 전해 받고는 크게 놀랐다. 영화가 한반도의 상황과 관계가 없다는 제작진의 말은 거짓이었다. 북한군 문 대령 역은 자신의 힘으로 한반도를 통일하고 일본까지 점령한 뒤 미국과 맞서 싸우는 거였다.

한편 남한은 미군과 미국만이 보여지는 마치 주권이 없는 국가처럼 비쳤다. 고민 끝에 다음날 계약 거부 의사를 밝혔다. 보통 ‘007 시리즈’는전세계 3억 명이 보는데 한국에 대한 왜곡과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생각했다. 이 과정을 한국에 돌아와 팬클럽 사이트에 올렸는데 너무 반향이 커 곧 삭제했다.

그런데 국내의 한 네티즌이 이 글과 함께 내 자신이 출연한 작품과 프로필을 007시리즈 사이트에 올려 각국에서 이에 대한 문의와 찬반여론이 e메일을 통해 들어왔다. 특히 영국의 일간지 옵서버 기자는 지금까지 인터뷰 요청을 끈질기게 해 오고 있다.

이 일이 벌어진 후 국내외 언론과 한 번도 인터뷰를 가진 적이 없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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