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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Love Soccer] 승부에도 예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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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Love Soccer] 승부에도 예절이 있다

입력
2002.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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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축구부의 지도교수 겸 감독이다. 우리 축구부는 1975년 서울대학교의 관악캠퍼스 이전과 함께 출범하여 관악 최고의 축구제전인 총장배 축구대회에서 네번이나 우승한 전통의 강호이다.우리는10여년 전부터 기량불문, 소속불문, 성별불문의 원칙아래 문호를 개방,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은 누구나 환영하였다. 그 결과 간호대 여학생 두 명을비롯하여 여러 단과대학 소속의 학생들이 우리 팀을 거쳐갔으며 팀의 전력도 많이 강화되어 올해 총장배 3연패를 노리고 있다.

학기 중엔 주 2회연습, 방학중엔 전지훈련과 주 1회 연습 등 꽤 짜임새 있게 훈련하며중요한 경기의 주전은 연습출석률과 기량을 기준으로 정한다.

하지만 솔직히 우리 같은 아마추어 팀이 축구를 잘해야 얼마나 잘 하겠는가. 우리의모토는 축구를 사랑하고 즐기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끈기, 페어플레이 정신, 그리고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자세를 배우자는 것이다.

10-0으로이기고 있으면 11-0을 만들기 위해 뛰고 0-10으로 지고 있으면 11-10으로 역전시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정신력, 상대가 넘어지면 일으켜 주고, 다쳤으면 골을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도 공을 밖으로 걷어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승리를 마음껏 즐기되 패자를 깔보지않으며, 패배의 쓰라림을 감추고 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승부의 예절 등을 축구를 통해서 배우려는 것이다.

몇 년 전 우리나라 프로축구의 결승전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축구라기보다는 격투기에 가까웠던 그 경기를 보면서 그 때만큼 축구 때문에 크게 절망한 적도 없었다.

경쟁에도 규칙이 있고 승자와 패자의 예절이 있는 법인데 오로지승부에만 집착하다 보니 그처럼 보기 딱한 장면을 연출하게 되는 것이리라. 하긴 1등이 아니면 살아 남지 못한다는 섬뜩한 광고문안까지 등장하는 세태이니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2등이 없으면 1등도 없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패한 팀을 칭찬하면 이긴 팀은 더 훌륭한 팀이 되고,승리한 팀을 혹평하면 진 팀은 더 못난 팀이 된다는 것은 간단한 이치다.

월드컵을 기회로 세계적 수준의 기량뿐만 아니라 이런 경기예절도 배웠으면 좋겠다.축구 경기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월드컵이 끝나면 우리는 큰 선거를 치르게 되어 있다. 규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선거에 이긴 후보와패한 후보가 서로를 위로하고 축하하며 포옹하는 멋진 장면을 보고 싶다.

/김명환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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