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10~12일 중국ㆍ러시아 대표와 연쇄 회동하는 등 ‘북방 3국’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물론 이들의 만남은 설(12일)과 김 위원장의 생일(16일)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이뤄졌으나, 미국의 잇단 대북 압박발언에 대한 공동 대응적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악의 축’ 발언에 수세적 대응으로 일관했던 북한은 11일 자신감을 회복한 듯 부시 대통령을 ‘악의 화신’이라고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북ㆍ러 관계 과시
김 위원장과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대통령 극동지역 전권대표와의 회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풀리코프스키는 “김 위원장이 합의 사항의 이행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양국 정상이 서명한 모스크바 공동선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양국은 당시 미국이 폐기 움직임을 보인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확인하고(2항)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이해(8항)를 표명했다.따라서 이번 회동은 기본적으로 북러 관계의 건재를 과시함으로써 대미 견제력을 행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미국의 대북압박이 강화한 시점에 특사를 파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도 풀리코프스키를 2차례나만나는 등 공을 들인 기색이 역력하다. 풀리코프스키가 지난해 김 위원장 방러 당시 수행했기 때문에 환대받았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김위원장은 올초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하는 ‘파격’을 연출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는 경제적 실리가 따르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사업의 진척을 확약 받고, 북한은 대미 정책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보장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김정일 방중 가능성
김 위원장이 우둥허(武東和) 신임 평양주재 중국대사를 만난 것도 이례적이다. 아무리‘혈맹국’ 대사라지만 김 위원장을 면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 관계가 최악을 치닫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회동은 간단치 않아보인다.
정부 당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미국이 대테러 전쟁을 시작하고 일본이 총련에대한 수사를 확대하자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한 외교적 돌파구 마련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장쩌민(江澤民)중국 주석의 평양에 방문한 데 대한 화답 형식으로 조만간 베이징(北京)을 방문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의 방중(21일)을전후해 江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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