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혁을 한다면서 개악을 하는 경우가 있다.최근 서울시가 자치구간 재정 불균형 해소라는 명목으로 자치구 토지에 근간을 둔 세원인 종합토지세를 시세로 돌리고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담배소비세를 자치구세로 맞바꾸려 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자치구의 재정 자립을 도모한다는 명분인데 이는 오히려 자치구의 재정 자립을 저해하고 자치구간 재정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담배소비세는 시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세원이다. 담배소비세를 자치구세로 전환한다는 것은 자치구가 세원확충을 위해서 지역주민의 건강을 해치는 담배소비를 촉진하도록 서울시가 권장하는 꼴이다.
정부와 민간단체, 언론 등이 담배소비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을 홍보하고 금연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자치구가 앞장서 담배소비를 촉진하란 말인가.
또한 서울시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러한 세목 교환을 통해서는 자치구간 재정 불균형 해소라는 지방세법 개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세목을 교환할 경우 오히려 열악한 자치구 재정은 더욱 악화할 것이 분명하다. 금연운동은 담배소비를 감소시키고 담배소비 감소는 결국 세수입을 급격히 감소시킬 것이다.
왜 서울시와 일부 정치권이 금연운동으로 사양화하고 있는 세원을 가지고 자치구의 열악한 재정을 확충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담배소비세 수입과는 달리 종합토지세 수입은 오히려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두 세목을 맞바꿀 경우 자치구 재정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 뻔하다.
세목 교환으로 자치구 재정이 악화할 경우 서울시는 자치구에 대한 재정교부금을 통해 자치구에 대한 재정통제를 강화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지방자치 정신에 위배된다.
우리 나라에서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벌써 10여 년이 됐다.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간 재정력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고 상위 자치단체에 대한 하위 자치단체의 재정력 의존도는 심화되고 있다.
상위자치단체와 하위 자치단체간 세원규모 역시 커다란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예컨데 최근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간 세원비중은 84대 16 정도이다.
지방자치 실시 전보다 더 열악해진 세원으로 지방자치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목 교환은 대부분의 자치구 주민들도 반대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시도를 계기로 좀 더 시간을 두고 지방세 제도나 지방재정제도 전반에 걸쳐 토론을 활성화하고 지방재정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장기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장기적인 틀이라 함은 통일시대까지 전망해 보면서 시스템을 개혁하자는것이다. 독일 통일 후 동서독 지방정부간 재정력 격차가 완화되고 동독지역 내 지방정부의 재정력이 강화될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제도 덕분이었다.
그 들은 통일 전 이미 통독 후 지방재정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세원의 분리방법과 공동 이용방법을 혼합한 혼합방법을 채택하고 혼합방법에 따라 공동세인 소득세,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수입을 상 하위 지방정부간 일정 비율에 따라 배분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재정을 강화할수 있었다.
그렇게 강화된 재정력과 지방정부간 수평적 재정조정으로 동독지역 지방정부의 재정력이 서독지역 지방정부 재정력 수준으로 균등화 될 수 있었다.
동독지역 지방정부의 재정력이 강화되면서 지방경제가 재건되고 통일로 인한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었음은 통독후 10여년이 지난 오늘의 독일지방재정이 입증해 주고 있다.
서울시와 정치권은 보다 근본적이면서 통일시대에도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방식ㆍ전주대 교수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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