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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이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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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이란 나라

입력
2002.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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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닉슨 대통령 안보보좌관으로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하여 미중 수교의 문을 열었던 헨리 키신저 박사는 국제정치에서 평화가 유지되는 것은 두 가지 길이라고 본다.첫째가 세력균형이다. 19세기 유럽이나 미소(美蘇) 냉전에서와 같이 비슷한 국력을 가진 나라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긴장된 평화를 이루는 것이다.

둘째는 패권주의다. 로마시대와 같이 힘이 센 한 나라가 등장하여 대장노릇을 하며 그 대가로 국제사회에 안정된 평화를 부여하는 것이다.

■ 소련 붕괴이후 미국은 두 번째 경우인 유일 초강대국으로 국제질서를 미국의 입맛에 맞게 재편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타일이 다를 뿐이지 세계를 미국 입맛에 맞추고 싶어하는 것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비슷하다.

그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동양식으로 얘기하면 패권주의요, 서양식으로 보면 ‘팍스 아메리카나’이다. 게다가 9ㆍ11테러로 안보개념이 자국 영토 안에까지 파고 들었다.

여전히 군사강국인 러시아와 중국도 미국과의 긴장관계를 싫어한다.

■ 이런 마당에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대통령의 한 마디가 우리나라의 대미외교를 대혼란에 빠뜨렸고,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그 여파로 국민들의 반미감정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들끓는 반미감정의 기저에는 전임 미국대통령도 인정해 놓은 햇볕정책의 기조를 사전 의논도 없이 흔들어 놓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감이 아닌가 생각한다.

햇볕정책의 지지여부와는 다른 한 국민의 자존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우리 국민의 미국관이 그 동안 많이 변해 왔지만, 이번 사태로 더욱 변할 것이다.

그러나 반미니 친미니 하는 이념적 논쟁못지 않게 미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성숙된 시민의식도싹터야 한다.

그들은 미국인의 자유와 번영이라는 국익을 지키기 위해 나라 밖에서 꼭 윤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정부의 대미외교 실패는 두 가지 큰 손실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는 지나친 반미감정의 유발이고, 둘째는 햇볕정책의 손상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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