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7일 박길연(朴吉淵)유엔 주재 대사를 통해 대화의지를 표명하며 북미 갈등을 완화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였다.여기에다 북미간 뉴욕 물밑접촉이 계속되고, 스티븐 보즈워스등 전직 주한 미 대사 4명이 조만간 평양을 방문하는 등 대화의 전조가 조금씩 싹트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태도가 여전히 강경한데다 북한도 기존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어 북미관계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중적 태도
표면적으로 박 대사의 언급은 북한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후 수없이 되풀이해온 원칙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협상은 전제조건 없는 동등한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말은 미국의 핵ㆍ미사일ㆍ재래식무기 의제에 대응하는 ‘북한식 전제조건’이다.
때문에 박 대사의 발언으로 북미간의 견해 차이가 더욱 명확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주목할 점은 북한의 ‘미국 안테나’인박 대사가 미국의 공세가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협상’이라는 운을 뗐다는 것이다.
박 대사는 “북미간 대화 또는 적대관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면서 ‘공’을 미국에 건넸다.
이는 미국이 조금만 양보하면 북한도 대화에 응하겠다는 유화책으로 볼 수 있다.
■ 미국 탐색용
북한이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은 미국의 대응수위를 떠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을 끝까지 고립시키려는지, 아니면 대화로 풀려는 의사가 있는지, 그 진의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수세적 자세로 일관해온 북한이 미국의 태도를살피고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은근히 대화의지를 흘림으로써 미국의 강경책을 조금이라도 누그러 뜨리겠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박 대사는 “미국의 적대적 정책이 개입되면 남북간에 어떤 대화가 가능하겠느냐”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엮는 노련미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의 잇단 강경정책에 적지않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불투명한 전망
그러나 전반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만큼, 미국이 당장 강경 정책을 누그러뜨릴 것 같지는 않다.
박 대사가 “미국이 대화와 협상의 가면까지 벗어 던지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미뤄볼 때, 북한도 당분간 ‘현상 유지’에치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당면 목표는 김일성ㆍ김정일 생일행사를 안정적으로 치루는 것”이라면서 “한미정상회담(20일) 등을 통해 미국이 좀 더 완화한 입장을 보일 때까지 ‘정중동(精中動)’의 자세를 취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