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의 초강경 외교안보 노선이 유럽 우방과 미국에서도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부시 대통령의 연두 국정 연설이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한미 관계마저 뒤흔드는상황에서는 다행한 일이다.
이른바 부시 독트린에 대한 안팎의 이성적 비판이 그 독단성과 일방주의를 견제하는 것은 미국 자신과 국제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고, 특히 우리의 불안감을 덜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의 대북 압박에 우리 사회가 보인 반응은 이성적이지 못하고 줏대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참담함을 새삼 느낀다.
전략적 동반자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냉철한 비판을 제기하는 마당에, 북한과 싫든좋든 몸을 맞댄 우리 사회에서 대북 강경책에 부화뇌동하는 모습은 실로 보기 민망하다.
아무리 북한이 싫고 그 북한을 감싸안는 햇볕정책이 못마땅하더라도, 우리 자신의 안전과 평화를 해칠 강경 노선에 동조하는 것은 어떤 명분이든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미국의 강경책은 우선 북한의 위협을 과장한 점이 비판된다. 부시는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근거로 테러 지원과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들었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 등의 비판론은 북한이 1990년대 이후 국제 테러를 실행하거나 지원한 기록이 없다고 지적한다.
북한은 또 대량살상무기의 상징인 핵개발을 동결하겠다는 제네바 합의를 지켰고,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중단했다.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문제 삼지만 미사일은 그 자체가 대량살상무기가 아니고, 북한은 국제 협약상 규제 대상도 아니다.
이런 사실을 무시한 강경책의 진정한 의도를 세세하게 따질 계제는 아니다. 당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무리한 압박이 우리에게 도움 될 것 인가다.
군사적 대치에 익숙한 북한이 무력사용 위협이나 봉쇄에 굴복할 리 없다. 이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고 혹시라도 무력 대결로 치닫는다면, 그 부수적 피해는 우리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 정도는 그야말로 파멸적일 것이다.
벼랑 끝에서 버티는 북한이 아예 아래로 떨어져 없어지길 바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아프간은물론이고 이라크와도 다르다.
미국도 이를 알고 있고, 북한의 소멸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도무지 우리에게 도움될 것 없는 대북 강경책에 덩달아 떠드는 것은 어리석다.
북한의 조신한 처신을 촉구하는 것은 좋지만, 지금은 미국의 과격함을 먼저 탓할 때다. 국제 여론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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