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 가스실처럼 봄 햇살 한번 맘껏 받지 못하고,떼죽음 당하니 원통해라 … 살아 고단했던 몸 훌훌 버리고 원한을 푸시어 새벽 들 지나 날빛 서는 하늘 지나 저 세상 가서 편히 쉬소서….”빛 한줄기, 바람 한점 없는 쪽방에 갇혀 화염과 유독가스의 고통 속에 숨진 여종업원 14명의 합동장례식이8일 오전 전북 군산시 개복동 화재 현장에서 ‘여성장(女性葬)’으로 열렸다.
이날 장례식에는 여성단체회원과 유족 등 300여명이 참석, 장례 공동위원장인 석 일(石 一ㆍ45) 군산 성마가교회 목사의 사회로 추모사와 고인소개, 추모시 낭송, 기원춤, 결의문 낭독 등의 순으로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이강실(李康實ㆍ43ㆍ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공동위원장은개식사에서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하늘나라에서 아름다운 나래를 펼 수 있도록 성매매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일하자”고 말했다.
이어 전북도립 국악단원들이 소복을 입고 나와 한풀이 춤을 추며 고인들의 넋을 달랬다.
이번 참사 희생자인 서옥매(27)씨의 여동생은 “감금속에서 고통스럽게 보낸 언니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마는 부디 천상에서 행복하게 살라”고 울먹이며 말끝을 맺지 못했다.
운구행렬은 장례식을 마친 뒤 군산시 임피면 보석리 소재화장장인 승화원으로 향했다.
2명의 유해는 이 곳 납골당에 안치됐고, 10명의 유골은 유족들에 인도됐으며 제주 출신 2명의 시신은 지난 7일 유족품으로 돌아갔다.
한편 장례식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간 여성단체 회원들은 경찰청 앞에서 ‘성매매 방지법을 즉각 제정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군산=최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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