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20일)을 앞두고 깊은 고심을 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구축의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해온 햇볕정책이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햇볕정책에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클린턴 행정부와는 달리 부시 행정부는 대화보다는 북한의 변화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대량살상무기의 판매ㆍ개발 중단, 핵사찰 등을 사실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한은 미 정부가 북미대화를 위해 많은 ‘양보’를 했던 클린턴 시절의 향수에 젖은 듯 잔뜩 웅크리며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대북 압박, 북한의 대화 불응이 계속되면, 결국 상황이 한반도의 긴장 고조라는 방향으로 악화할수가 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염려하는 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긴장 고조는 햇볕정책을 주춤거리게 할 뿐 아니라 상승곡선을 그리는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정권 출범 초기라면 김 대통령은 외교력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시도를 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임기 말이고,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할 정도로 강한 대북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9ㆍ11 테러와 아프간 승전 후 역대 공화당 정권이 택하고 있는 ‘상대가하는 만큼 해준다’는 상호주의를 넘어서는 분위기다. 미국 국익을 해치고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변화나 개조를 위해 힘의 사용까지 배제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김 대통령은 이를 인식, 무리하게 미국의 세계전략을 우리의 한반도 전략에 맞추려고 하지는 않을 것같다. 오히려 한미간에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보폭의 일치에 더 주력하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을 변화시키는 수단은 대화가 돼야 한다는 선은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국 정상은 “대량살상무기가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며 북한도 그런 위협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화로 그러한 문제들을 풀자”는 절충의 답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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