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ㆍ가을엔 골프장, 겨울엔 쥐불놀이장, 연중 견공(犬公)들의 배설장…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를 가로지르는 탄천 일대 잔디밭의 수난이 그칠 날이 없다.
지난 가을 골프애호가들의 연습장으로 전락해 곳곳에 잔디가 뿌리 채 뽑혀 허연배를 드러냈던 탄천 잔디밭은 설날을 앞두고 주민들의 쥐불놀이터로 이용되면서 볼썽사납게 변하고 있다.
탄천은 분당신도시의 젖줄 같은 곳. 1990년대 초 분당신도시 조성 당시 꾸며진이 일대 잔디는 분당의 상징물이자 주민들의 조깅코스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밤만 되면 몰래 잔디를 태우는 쥐불놀이족이 늘어나면서 잔디밭 곳곳이 시커멓게 변했다.
쥐불놀이는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풍년과 액땜을 비는 농경사회의 전통놀이. 신도시에 등장한 쥐불놀이는 그 뜻과 방법이 왜곡되면서 탄천 일대의 애궂은 잔디만 태우고 있는 것이다.
주민 김모(41ㆍ정자동)씨는 “쥐불놀이의 본래뜻이 왜곡돼 탄천 잔디가 훼손되고 있다”며 개탄했다.
구청관계자는 “수시로탄천 일대를 순찰하고 있으나 일부 주민들이 밤늦게 일을 저지르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며 주민들의 양식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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