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측 인사들도 단군의 실존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로 반박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단군릉을 방문하기 전에 북측 관계자들에게 단군 유골의 연대를 정확히 5,011년 전이라고 주장한 북한 사회과학원의 연대 측정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더니 별다른 대응 없이 ‘사실 여부를 떠나 한번 가보시지요’라고 하더군요.”서울 강동구청 교류추진단의 일원으로 남측 고고학자로는 처음으로 북한에 다녀온 임효재(任孝宰ㆍ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한국선사고고학회장은 7일 “북측이단군의 역사적 실재성보다는 우리 민족에게 차지하는 의미를 강조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김충환 강동구청장 등 7명과 함께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4박 5일간 평양 강동군 일대 단군릉 등 각종 고고ㆍ선사 유적을 둘러봤다.
“평양시내 조선중앙역사박물관과 문흥리와 명곡리의 고인돌, 신석기 정착 생활을 보여주는 남경 유적 등을 둘러봤는데 국가적 차원에서 잘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학계에서 발표되는 학술 자료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고 있더군요.”
임교수는 유명한 문흥리 구석기 동굴유적인 ‘검은 모루’에 대해 “북측은 이 유적지의 기원을 100만 년 전으로 주장하지만 측정 방법에 대한 설명이 없어 확신할 수는 없었다”면서 “북한이 유적 곳곳에서 연대를 거슬러 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 대표인 허혁필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 등 현지 관계자들은 우리측 방문단을 친절히 대해줬고 방문 기간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비난한 얘기가 나왔을 때는 왜 남한도 같은 민족인데 미국의 전쟁 도발 기도를 말리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여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교류추진단은 이번 방문에서 북측 관계자들에게 10월 중순쯤 서울에서 열리는 제 4회 암사동(선사유적지)국제학술회의에 참여하고, 남북한 유적에 대한 시각차 해소를 위해 공동조사단을 결성하자고 제의했으나 “상의해서 나중에 알려주겠다”고만 답했다고 임 교수는 전했다.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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