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우스, 엔터프라이즈 등 대형 고급승용차 3대, 사설 경호원, 주변에서 빌려 가로 챈 돈만도 최소 8억원….’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고작인 김모(45ㆍ여)씨가 지난 1년5개월여동안 작고한 모 재벌그룹 회장의 이복동생으로 사칭하면서 벌인 사기행각과 호화생활의 일면이다.
8년 전 이혼한 뒤 별다른 직장과 거주지도 없이 전전하던 김씨가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00년 11월부터.
김씨는 “일반인은 재벌회장 여동생은 잘 모른다”는 점을 노려 투숙해 온 경기 성남시 성남동 G모텔 사장 이모(45)씨에게 접근했다. 이후“재벌회장 여동생인데, 상속받은 주식을 팔아 배로 주겠다”고 속여 1,000만원을 받아냈다.
이후에도 김씨의 사기행각은 계속됐다. 모텔 인근 식당 주인으로부터 같은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뜯어냈고, 하루 방값이 20만원이 넘는 G모텔 VIP룸에 1년 이상 투숙하면서 방값은 한푼도 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주변에서 빌린 돈으로 외출할 때는 고급승용차에 사설경호원까지 대동해 주변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였다”고 전했다.
김씨가 17개월동안 재벌회장여동생 행세를 하면서 챙긴 돈은 밝혀진 것 만 8억1,000만원. 피해자는 9명에 이르고, 모텔 사장 이씨는 2억원 이상을 뜯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씨의 사기행각은 1,000여만원을빌려 준 C씨의 신고로 김씨가 6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구속되면서 끝이 났다.
김씨는 경찰에서 “재벌회장 동생을증명할 만한 사진 한장 없었는 데도 의심한 사람은 없었다”며 “회장 여동생을 내세워 높은 이자를 조건으로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대부분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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