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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고 싶은 수원역…곳곳 쓰레기… 인도까지 공사장 점령

입력
2002.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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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수원경기장을 둘러보기 위해 최근 수원을 방문한 포르투갈인 안토니오 안드라데(40)씨는 무질서하고 지저분한 수원역 광장을 보고 눈살부터 찌푸렸다.역 광장은 민자역사 공사장이 인도까지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걸어다니기조차 힘들고 택시승장장 주변엔 각종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다.

그는 수원역 여행안내소의 도움으로 시청행 버스 승강장에 갔으나 노선표도 없고 각종 차량과 뒤엉킨 시내버스에 오르기 어려워 ‘버스 타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용인 에버랜드에 가기 위해 지난 주말 수원역에 도착한 대학생 차모(21)군 일행도 마찬가지.

전철을 타고 온 차군은 비좁은 수원역 앞에서 옷자락을 잡는 카드회사와 휴대폰회사 직원들의 호객행위를 뿌리쳐야 했다.

또 차도로 내려와 택시를 잡는 무질서한 모습에 ‘혹시 외국관광객이 보지나 않을까’ 부끄러워졌다.

월드컵이 열리는 수원시의 관문인 수원역 앞 광장이 비좁고 지저분해 대책이 시급하다.

국내외 상당수 관광객들이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수도권 전철이나 철도를 통해 수원역으로 들어올 게 분명한데도 수원시와 수원역측은 역앞의 가로정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6일 오전 9시께 수원역 앞 택시 정류장은 휴지조각과 담배꽁초, 1회용 컵 등각종 쓰레기가 흩어져 있고 사람들은 차도로 몰려나와 앞다퉈 택시를 잡고 있었다.

조금 후 도착한 서울발 전철에서 승객들이 또다시 우르르 밀려나오면서 역앞 도로는 곧 택시와 버스, 사람들로 뒤엉키고 말았다.

택시를 기다리던 김모씨는 “월드컵이 100여일 밖에 안남았는데, 당국의 도시 정비나 질서의식은 낙제점”이라면서 “늘이런 상태에서 택시를 타기 위해 20여분간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수원역 광장이 이렇게 변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역앞 광장의 청소를 담당하는 수원역과 수원시 권선구청은 경계가 애매하다는 이유로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시민은 시민대로 ‘나의 일이 아니라’며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또 주변 건물은 이미 노후화했고 1999년 착공된 민자 역사 공사장이 인도의 일부를 점령하면서 무질서를 부추기고 있다.

승용차로 마중 나온 시민은 “주차할 곳이 없다”며 비좁은 도로에 무단 주·정차를 일삼아 버스나 택시가 뒤엉키게 만든다.

이 같은 상황은 월드컵 기간은 물론이고 민자역사가 완공될 오는 9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그때까지 수원역 이용객 14만명은 매일 사람과 차량, 쓰레기와의 전쟁을 벌어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역 관계자는 “청소직원 6명으로 매일 발생하는 4톤 이상의 쓰레기를 처리하기에는 너무 버겁다”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수원시청 측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을 깨끗이 사용하는 시민질서 의식이 아쉽다”고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기고 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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