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돌아오는 명절이지만 차례상 차리기는 여전히 어렵다. 집안의 예법이나 지역 등에 따라 달라지는 준비 사항을 모두 알기도 힘들다.방법은 있다. 복잡한 예법을 모두 지킬 필요는 없다. 기본 원칙을 알아 두자.
성균관 전례연구위원회 이정식 위원은 “조상을 모시는 것은 무엇보다 정성스러운 마음이 필요하다. 형편에 따른 적당한 음식을 준비하고, 진설(陳設ㆍ상차림)법의 원칙만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제수 마련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음식에 조상이 좋아했던 음식을 따로 준비하면 된다. ‘제수용품은 흥정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 좋은 물건만을 올리는 것이 원칙.
기름에 튀기거나 부친 음식을 뜻하는 전(煎), 고기 생선 두부 등을 기름에 지지거나 석쇠에 구워 꼬치에 꿴 적(炙) 등의 품이 들어가는 음식은 차례 하루 전에는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소고기 안심, 민어 등의 기본 재료가 필요하다. 거기에 고사리, 시금치, 도라지 등의 나물류, 과일, 포 등을 준비하면 된다.
이말순 한국의 맛 연구회 부회장은 “제상에 놓는 사과, 배 등의 과일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최상품을 써야 한다. 조기, 민어도 단골 어물전을 이용하고 나물류도 각 지역의 농협상품을 이용하면 국산품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상차림은 네 글자의 한자어로 정리가 된다. 신위에서 가까운 쪽부터 우선 밥은 서쪽, 국은 동쪽에 놓는 반서갱동(飯西羹東)의 원칙이 있다. 특히 설에는 일반 제상의 메(밥) 대신 떡국을 올리는 것이 특징.
2열에 놓는 음식은 어동육서(魚東肉西)의 원칙을 알면 된다. 특히 머리와 꼬리가 분명한 제수는 높은 방위인 동쪽, 즉 오른쪽으로 머리가 가고 꼬리는 왼쪽으로 가게 놓는다. 바로 두동미서(頭東尾西)의 원칙이다.
3열에는 탕 종류를 놓고, 4열에는 좌포우혜(左脯右醯)의 원칙이 적용된다. 이때 식혜는 건더기만 담아야 한다. 5열에 놓이는 제수는 대부분 과일. 과일은 대부분 홍동백서(紅東白西)의 원칙을 따른다.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물론 실제 상차림에서는 반드시 이 원칙대로 놓이는 것은 아니다. ‘사례편람’ 등의 예서에는 앞 열의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곶감의 조율이시(棗栗梨枾) 순서로 놓아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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