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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토함산 모형석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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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토함산 모형석굴암

입력
2002.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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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북동의 가톨릭대학 부근에 프란체스코회 수도원이 있다. 이 수도원은 요르단 이스라엘 시리아 등지의 성소를 복제해서 보여주고 있다.현지를 순례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모형이나마 보여줘서 가톨릭 성자들이 받은 고통과 신앙의 승리를 알리려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은 모형은 로마시대의 카타콤이다. 성당 오른쪽 지하에 어두컴컴한 굴을 만들어 군데군데 구멍을 파고 무덤과 기도 장소를 재현했다.

■ 하지만 모두 보고 나오면 뭔가 안쓰러운 마음을 금할 수없다. 오래 전에 만든 때문인지 복제기술이 유치했고 제때 수리하지 못해 허술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수도원의 회랑은 운치있고 정원 수목은 아름다웠지만 역사유물의 복원 전시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안내 신부의 자세는 인상적이었다. 한 외국인 가족을 지상지하로 안내하면서 하나하나 진지하게 설명하는 모습엔 성의가 배어나왔다.

■ 경주 토함산에 석굴암 역사유물전시관을 짓는다고 한다.

석굴암 동남쪽 105m 떨어진 진현동 계곡에 부지를 확정, 예산 52억원을 들여 5월께 착공해서 2005년 개관할 예정이다.

실물 크기의 석굴암을 재현해서 관람객이 직접 석굴 안까지 들어가 만져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 현재 보존을 위해 설치한 유리벽면 밖에서 대불을 참배하던 아쉬움은 덜게 된다.

■ 복제와 모형 전시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비례의 미나 아름다움이 빠져나간 죽은 조각품만 나열한다면 비난이 봇물처럼 터질 것이다.

화강암 재질의 분위기를 살리지 못한 대불과 사천왕상이라면 유치한 복제가 두고두고 지적될 것이다.

유물전시관 운영도 쉽지 않다. 석굴암 관련 사진들이 전시되고 영상실이 만들어진다고 하나 정기적인 교체전시가 가능해야 관람객의 마음을 채울 것이다.

세계의 주요 유적지에는 잘 운영하는 박물관이 많다. 그러나 석굴암 역사유물 전시관의 건설기간과 예산 등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경주시와 문화재청이 더 노력해서 이 시대의 문화유산을 재창조하기 바란다.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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