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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영 칼럼] "여러분,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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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영 칼럼] "여러분, 부~자 되세요!"

입력
2002.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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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부~자 되세요!”요즘 전파 매체에 자주 나오는 어느 광고의 ‘덕담’이다.

상품 광고의 메시지가 덕담이 되기도 하는 건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부자 되시라는 데 기분나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부(富)가 이 시대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지고(至高)의 가치가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 탤런트 김정은이 등장하는 광고에서는, 특히 그 목소리와 억양이 유별나서 듣는 맛도 괜찮다.

웃으면서 나도, “부~자 되세요!”를 소리내 본다.

대길(大吉)을 축원하는 입춘(立春)도 지나고 낼 모레면 바로 설인데, 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 새봄 맞이 축복인가.

그러나 지금 세상은 ‘덕담’만 들려주는게 아닌 점이 수상쩍다.

2002년을 시작하는 연두교서에서 부시 미국대통령에 의해 선언된 ‘악의 축(軸)’은 올 한해 우리 주변이 더 이상 안온할 수 없으리라는 듣기 거북한 험구(險口)요, 어쩌면 악몽일 메시지다.

레이건의 ‘악의 제국(帝國)’ 이후 20년만에 등장한 21세기 판 ‘악’ 담론이 예사롭지 않은 까닭은,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의 말대로 “오늘의 지구라는 경기장 안에는 가슴에 성조기를 단 오직 한 사람의 선수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유일한 선수는 지금 세계 10대 군사대국의 나머지 9개국의 국방예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는 초강(超强) 파워다.

레이건이 ‘악의 제국’을 말할 때 미국의 국민총생산은 전세계 GDP의 22%를 차지했으나, 부시가 ‘악의 축’의 분쇄를 공언하는 오늘은 세계 GDP의 30% 이상이 미국 몫이다.

그만큼 더 강하고 더 혼자이며, 거치적거릴 것이라곤 없어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가 ‘악의 축’의 나라와 민족으로서 반쪽 관계인 나라에 직접 찾아온다.

2주 후의 일이다. 그의 넘치는 힘이 또 다시 누구의 뺨을 때릴지 모를, 우리에게 그는 여전히 불안한 손님의 모습이다.

‘뺨때리기’는,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쓴 공개편지 형식의 칼럼에서 “부시 미국대통령은 또한번 당신의 뺨을 때렸다”고 표현한 데서 나온 말이지만, 대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의 시각차와 혼선으로 미뤄 김 대통령의 곤혹스러움이나 이견이 쉽게 해소될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그것은 어쨌든, 미국의 대표적인 군수산업체인 보잉을 위한 상당한 일거리일 한국의 차세대 주력전투기가 아마도 그의 방한의 기념물로 남게 될 추정만은 분명하다.

‘부자’ 덕담을 하려다가 빗나갔지만, 지금 세상은 곳곳에서 ‘빈곤’을 열심히 이야기하는 중인 것이 아이러니다.

바로 9.11 테러 현장에서 열리고 있는, 가진 자 편인 세계경제포럼(WEF)과, 브라질의 항구도시에서 동시에 열린, 못가진 자 편인 세계사회포럼(WSF)이 똑같이 테러의 방지와 퇴치를 논의하면서 “빈곤 문제의 해결 없이는 테러를 막을 길이 없다”는 데 엇비슷이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테러의 근본 원인을 빈곤에서 찾아야 한다”는 세상 모든 이들의 견해에 미국이 WEF에서 때늦게 동조하는 제스처를 보였지만, 아직은 좀더 지켜볼 대목이다.

중요한 관점은 미국이 밀어붙이는 세계화의 흐름에서 소외되는 가난한 나라들의 문제를 이른바 선진국들이 정면에서 끌어안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독일의 네오 소머 같은 이는 “전지구적 차원의 계급투쟁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빈궁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만이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부(富)는 똥과 같아서, 한 곳에 쌓으면 악취가 나지만 골고루 뿌리면 흙을 기름지게 한다는 것은 서양 속담이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하지만, 그 유일한 해법은 가진 바를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부~자 되세요!”

2002년의 세계를 향해서 던지는 우리 모두의 덕담이었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assisi6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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