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을 하자니 가장 큰 걱정은 교통이다. 그렇다고 답답하게 연휴를 보낼 수는 없는 법.근교의 여행지를 찾아보자. 답사모임 ‘열린답사’의 황재선 팀장의 추천을 받아 대도시 인근의 찾을 만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聖地 둘러보고 저수지 카페로
★ 수도권/ 경기 안성시
경기 남부 지역에 위치한 안성시는 그동안 용인이나 양평, 가평 등 다른 경기권 여행지에 비해 세간의 관심을 덜 받았다.
그러나 안성은 예전부터 조선시대 3대 장(場)으로 알려진 안성장을 비롯해 칠장사와 청룡사, 석남사 등의 고찰이 있다. 미리내 성지와 죽산성지 등의 천주교 성지도 있다.
특히 미리내 성지는 천주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곳.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묘소 등 초창기 천주교 인물들의 묘가 있다.
성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웅장하게 서 있는 기념성당. 천주교 103위의 시성을 기념하기 위해 1989년에 세워졌다.
성당 뒤로 나 있는 ‘십자가의 길’에는 예수가 로마에 박해를 받는 과정이 15점의 청동조각으로 표현돼 있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성지를 한바퀴 둘러보면 마음의 정화를 느낄 수 있다.
안성시는 또한 저수지의 고장이기도 하다.
영화 ‘섬’의 촬영지로 알려진 고삼 저수지를 비롯해 금광저수지와 석남사 가는 길의 마둔 저수지 등 고즈넉한 호수가 많다.
겨울철에는 낚시터가 썰렁하지만 주변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이 높다. 특히 금광 저수지 주변에는 아름답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많다.
인연엮어가기(031-674-9021), 하늘모퉁이 (673-1250), 나이테(672-6862) 등 주말여행의 분위기를 한껏 느끼기에 좋다.
서울에서는 경부고속도로 안성나들목이나 중부고속도로 일죽나들목으로 빠져 38번 국도를 타면 되고, 서해안고속도로에서는 서평택 IC로 나와 평택시를 거쳐 가면 된다.
남부터미널이나 인천버스터미널에서 안성행 버스가 수시로 출발한다.
솔숲서 화랑기상 느껴볼까
★ 부산 대구권/ 청도 운문사
운문사(경북청도군)의 아침 예불은 불가에서도 경건하기로 유명하다.
새벽 3시, 독송과 목탁소리가 어두운 정적을 여는 것으로 시작되는 예불은 명고타종, 오분향례등의 과정을 거쳐, 반야심경을 독송한 스님들이 기러기 행렬을 이뤄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는 안행(雁行)으로 마무리된다.
그 자체가 가슴 벅차오르는 예술이다.
운문사는 560년(진흥왕 21년) 한 신승(神僧)에 의해 창건됐다고 전해진다.
창건한 이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신라와 삼국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원광법사가 화랑의 세속오계를 내린 곳이 운문사이고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장소가 바로 이 곳이다.
운문사라는 이름은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 태조 왕건이 내린 ‘운문선사’에서 유래했다.
1958년 불교정화운동 이후 비구니 강원이 된 운문사에는 운문승가대학이 있어 200여명의 학인 스님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두개의 큰 돌기둥이 세워져 있는 산문을 지나면 울창한 소나무숲이 펼쳐진다.
안면도 해송숲, 경주 남산 삼능계의 송림, 소수서원의 진입로와 함께 남한땅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솔숲이다.
절 안에까지 차가 진입할 수 있지만 차는 바깥 주차장에 세워놓고 걷는 것이 좋다. 사찰은 넓다.
만세루를 중심으로 대웅보전이 일직선으로 서있으며, 왼쪽의 비로전은 또다른 중심 역할을 한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청정도량 특유의 정갈함을 느낄 수 있다.
운문사의 명물은 오백전에 모셔진 오백나한상. 표정이 다양할 뿐 아니라 색감도 화려하다.
나한의 얼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자신의 얼굴과 비슷한 나한과 조우할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180호인 처진 소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수령 400여 년에 키가 6㎙에 불과하지만 옆으로 뻗은 가지는 10㎙가 넘어 땅에 닿지 않게 지주로 받쳐놓았다.
해마다 두 차례씩 막걸리를 받아 마시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대구에서는 경산을 거쳐 69번 지방도로를 따라 운문면 소재지인 대천리에서 운문사 이정표를 따라 찾아간다.
부산에서는 경부고속도로 언양 IC에서 나와 밀양 방면(24번국도)으로 가다가 69번 지방도로 접어들면 된다.
운문사 들머리의 울산아지매집(054-372-7579), 하얀집(372-5599) 등의 식당이 깔끔하고 음식도 잘한다.
'서해 진주' 휘감는 낙조에 취하고
★ 대전 전주권/ 변산반도
전북의 곶부리 변산반도(부안군)는 바캉스철이면 시장 바닥이 된다.
그러나 이맘때면 아름다움이 제자리를 찾고 진정한 휴식을 원하는 여행객이 자리를 대신한다.
국립공원인 이 곳은 크게 외변산과 내변산으로 구분된다. 직소폭포 내소사 등이 자리한 곳이 내변산, 격포 채석강 등이 있는 곳이 외변산이다.
산과 바다의 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서해안의 진주 같은 곳이다.
등산을 목적으로 가지 않는다면 부안에서 내소사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여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도를 일주하는 30번 국도는 드라이브를 하기에도 제격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채석강.
아직 물이 흐르는 강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격포 해수욕장 끝에 자리잡은 기괴한 형상의 바위로 두꺼운 종이를 켜켜이 쌓아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수 억 년에 걸쳐 퇴적된 수성암이다.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이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 기슭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격포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채석강의 반대편에는 적벽강이 자리하고 있다. 2㎞의 해변에 펼쳐진 바위 절경이다.
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즐겨찾던 적벽강에서 이름을 빌렸다.
내소사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절.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지어진 고찰이다.
특이한 절 이름은 당나라의 장수 소정방이 다녀갔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단청을 입히지 않은 원목 색깔 그대로의 절 건물이 단아한 운치를 풍기고 절로 들어가는 200여 ㎙의 전나무 숲길은 향기로운 냄새를 풍긴다.
바다사람들의 냄새를 맡으려면 포구로 향한다. 격포항, 모항 등이 이미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격포항은 식당가처럼 변해버렸고, 모항은 커다란 수련원 건물이 들어서 옛 풍치를 많이 잃었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곳은 궁항. 격포와 이웃한 곳으로 호젓함과 여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썰물이 되면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항구 앞의 개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길 옆 자갈밭과 갯벌에는 굴 바지락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변산반도의 아름다움은 저녁에 절정을 맞는다. 낙조이다. 온 세상을 붉게 태운다.
호남고속도로 태인IC에서 나와 30번 국도를 타면 부안으로 향한다.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IC나 줄포 IC로 나오면 접근이 쉽다. 격포해수욕장 인근에 횟집과 숙박업소들이 즐비하다.
글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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