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알고 나서 얼마 안돼 세계 100대 골프장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골프를 그만둘 때까지 세계 100대 골프장을 다 돌아보리라고 마음먹었다.1988년 1월.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라코스타골프장에 갔다. 세계 100대 골프장 가운데 그 곳을 맨 먼저 찾은 까닭은 근처에 아내의 친구가 살고 있어서 접근하기가 쉬웠다. 다음으로는 당시 미 프로골프(PGA) 투어의 시즌 개막전인 메르세데스챔피언십 경기가 열리는 곳이었기때문이었다.
그런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처럼 그 곳에서 이틀을 플레이하는 동안 왜 한국의안양골프장이 세계 100대 골프장에 들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수 없었다.
1989년 1월이었다.LA공항에서 자동차를 렌트해 지도를보고 페블비치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 버렸다. 호텔에들려 체크인을 한 뒤 짐을 풀지도 않은 채 어둠에 묻혀 있는 골프장의 페어웨이를 걸어 보았다. 자고 나면 과연 내가 이 곳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하고 마음을 졸이면서. 왜냐하면 부킹도 하지 않고 페블비치에서 골프하겠다고 나선터였기 때문이었다.
날이 밝아 스타트하우스에 갔더니 다행히도 의외로 쉽게 조인이되어, 마침내 세계 1위의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골프장이라는 생각을 가졌음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페블비치의 6번홀에서세컨드샷을 날리기 시작하면서부터 10번홀에서 홀아웃할 때까지 펼쳐지는 해안코스를 도는 동안머리 속에는 서귀포 중문단지에 위치한 중문골프장이 어찌도 그리 안타깝게 여겨지던지.
2001년 9월23일.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에서 필자의 난생 첫 티샷은 너무나 멋있었다. 꼭두새벽인 4시경에 링크스클럽하우스앞 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세웠다.그리고 차안에서 날이 새기를 기다리고있다가 5시반쯤 비로소 직원 한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으로부터 "이처럼 부지런한 당신이 올드코스에서 플레이하는 데는 전혀장애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는 올드코스로 곧장 가는 것을 미루고, 옆에 있는 주빌리코스를 먼저 돌기로 여유를 부렸다.
그 날부터 사흘동안 계속 올드코스에서 라운드를 했다. 그 사이에 카누스티에서도 골프를 했고, 킹스반도 다녀왔다. 올해 브리티시오픈의 개최지로 예정되어 있는 뮤어필드도 가보았다. 세계 50대 골프장에 속하는 명문코스를 네 군데나 연속해서 구경했던 것이다.
서울로 돌아온 후 어느 골프장에 갔다. 문득 어느 소리꾼이 "우리의 것이 좋은 것이야!" 하던 CF장면이 떠올랐다.한국 골프장에서 골프하는 것은 참으로복받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
소동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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