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인사는 대규모였던 만큼 뒷얘기도 풍성하다. 장ㆍ차관 상피주의 원칙과 지역안배 문제 때문에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이 계속됐다. 이한동 총리가 김대중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점도 이번인사의 특징 중 하나.○…인사 발표는 오전 10시에서 12시, 다시 오후 2시30분으로 연기를 거듭하는 진통을 겪었다. 지역안배를 했는데도 여전히 호남출신이 많아 재조정 했다는 후문. 결과는 차관급 15명 중 영남권 출신이 가장 많아 대구ㆍ경북이 6명, 부산ㆍ경남이 1명 등 7명이었고 호남권 5명, 충청권 2명, 서울출신이 1명.
지역안배 과정에서 일부 차관들의 자리바꿈이 있었다. 김학재 민정수석은 법무차관설이 유력했으나 김 수석도 호남, 송정호 법무장관도 호남,대검 차장으로 내정된 김승규 법무차관도 호남이어서 진통을 겪었다.
이만의 행정비서관의 환경차관 기용도 막판에 자리가 결정된 경우. 환경 차관에는 심재곤 자원재생공사 사장이 유력했으나 최종 점검과정에서 이 비서관으로 낙착됐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양천식 금융비서관과 오종남 재경비서관의 거취도 관심거리였다. 오 비서관은 정통부 차관에, 양 비서관은 유지창 금감위 부위원장이 재경 차관으로 옮길 경우 금감위 부위원장 후임에 0순위였으나 유부위원장이 옮기지 않는 바람에 현재 자리를 지켰다.
0…이 총리는 1일부터 전윤철 청와대 비서실장과 복수의 추천후보를 놓고 3차례에 걸쳐 협의를 거듭했다.
특히 정부 업무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서규룡 농진청장, 임내규 통계청장의 발탁은 이 총리의 ‘작품’이라는 설명. 이 총리는 부처조정 업무를 무리 없이 해낸 유정석 국무조정실 총괄조정관을 해수부 차관으로 영전시키는데도 한몫 했다는 후문이다.
○…재경차관은 발표 전날인 3일 오후까지만 해도 윤진식 관세청장과 정동수 과기차관이 경합을 벌였으나 오후 늦게 “재경부 인적 순환을 위해서는 윤 청장이 돼야 한다”는 재경부의 논리가 받아들여졌다.
개인적으로 정 차관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던 진념 경제부총리도 이날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윤 청장은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평가, 윤 청장이 낙점됐음을 내비쳤다. 윤 청장 차관 입성으로 재경부는 이용섭 세제실장을 관세청장으로 내보낸 데 이어 1급 및 국장급을 포함, 대대적인 승진인사가 가능해졌다.
○…박봉흠 예산실장이 승진 기용된 기획예산처는 김태현 기획관리실장까지 정통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겨 분위기가 고조된 상태.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전윤철 실장이 불과 며칠 전까지 기획예산처 장관이었다는 점과 정통부 산하 정보화촉진기금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예산통’이 필요하다는 점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농림차관은 안종운 차관보와 서규룡 농진청장이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서 청장이 농림부 재입성을 위해 의욕적인 행보를 보인 반면 안 차관보는 너무 빠른 승진을 염려, 스스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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