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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이슬람] (7)神政 일치와 개혁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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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이슬람] (7)神政 일치와 개혁의 한계

입력
2002.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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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국가들은 대부분 신정일치를 지향한다. 이슬람교 창시자이며 예언자인 마호메트 이후 공동체의 통치자가 종교 지도자를 겸하던 전통에 따른 것이다. 1600년 가까이 엄격한 이슬람 율법 하에서 굳어진 이러한 전통은 정치의 세속화를 막지만 때론 엄격한 통제가 뒤따르면서 개혁의 발걸음을 더디게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특히 1979년 이슬람 혁명이후 종교의 절대성을 내세우며 독자적인 정치체제와 발전모델을 추구해온 이란은 개혁열망과 보수회귀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현장이다.

양측은 절충점으로 종교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종교와 민주화중 어느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상황인식과 해결방향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지난달 18일 테헤란 대학에서 있었던 상반된 성격의 두 집회는 이슬람식 ‘민주화’를 꿈꾸는 이란이 처한 오늘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학광장에서는 아야툴라 모하마드 에마미 하사니(72) 헌법수호위원회 위원의 주도로 4만 여명이 모여 반미집회를 가졌고 같은 시각정문 주변에서는 1만여 명의 교사들이 봉급인상과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사니 위원은 “최근 언론에서 체제전복을 부추기는 내용을 많이 다루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며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한 후 “이슬람 국가들이 단결하여 미국에 대항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다. 턱수염을 기르고 터번을 쓴 중장년으로 구성된 참석자들은 연신 주먹을 치켜들며 ‘미국 타도’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 자원봉사요원으로 참석한 고등학교 영어교사 함다르시(52)씨는 “최고 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식, 신앙, 능력을 절대적으로 믿으며 개혁과 민주화도 이란과 이슬람을 보호할 수 있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1980~88년 이라크와의 전쟁 때 민병대 ‘바시지’일원으로 참전했다는 그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서도 “늑대와 양이 공존할 수 없듯이 미국과는 절대 손을 잡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교사들은 경찰들과 대치한 채 낮은 보수와 열악한 교육조건에 대해 격렬히 항의했다. 21년째 근무했다는 한 여교사는 월급 봉투를 내밀며 “한달내내 일해야 50만 리얄(약 80달러)을 버는데 비해 일부 의원들은 15채의 집을 갖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렇게 된 것은 정치인들에게 책임이 있고 교육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개혁도 무의미하다“며 “언론도 이러한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지 못하니 외국 기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제발 유네스코에알려달라”고 부탁했다.

한 대학생은 “정치인들은 여론을 외면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교를 악용하고 있다”며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도 보수파들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도층 인사들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수적 성향인 영자 일간지 테헤란 타임스의 파르비즈 이스마일리(33)사장은 “개혁이곧 서구화나 세속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이란은 고유의 문화적, 종교적 틀에서 개혁을 이루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1979년 혁명 직전까지 유엔 주재 외교관이었던 더브드 헤르미더스 보반드(68) 이맘 서데크대 교수는 “보수파가 종교원칙에 집착하고 개혁파는 인권과 기본권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양측은 서로 부딪힐 수 밖에 없다”며 “해결책은 성직자들이 정치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와 개혁간의 대립이 사실 이상으로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문화부의 코시바트(45) 외국언론담당국장은 “민주화 과정에서 보수와 개혁의 대립은 자연스런현상”이라며 “교사들이 시위를 벌일 수 있고 또 폐간 되는 신문만큼 창간하는 신문도 많은 것은 큰 진전이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개혁파 의원들이 구속되고 의회가 통과시킨 외국인 투자유치법 등이 4차례나 헌법수호위원회에서 부결되는 등 보수파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또 지난해 8월 하타미 집권 2기를 시작한 이후에도 실업률이 치솟아 최근 24%에 이르고 경제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동요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대학교수는 “1997년 하타미 대통령 취임이후 내세운 종교 민주주의도 종교 개혁 없이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종교의식이 약해지는 30세이하가 국민의 70%를 차지하는 데다 서구와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결국 개혁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최진환 기자

choi@hk.co.kr

■보수파 오델 의원

이란 의회에서 대표적인 보수파로 분류되고 있는 하덧 오델(62)의원은 “개혁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현재의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은 구체적인 알맹이가 없다”며 개혁파들을 비난했다.

그는 특히 경제정책에 대해 “급진적인 주장만 담고있으며 국민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종교를 강조하다 보니 개혁이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란에서 종교와 정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오히려 최근 정치권에서의 갈등도 종교적인 정치인이 없어서 그렇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 의원 290 명중 보수파의원(54명)이 개혁파(189명)에 비해 적은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묻자 “보수와 개혁이라는 분류는 언론이 붙인 것이지 사실과 다르다”며 “나 자신도 보수파가 아니라 독립파”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을 테러 지원 국가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의 기준은 애매모호하며 우리 기준으로는 미국이 테러리스트”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사돈지간인 그는 교육부장관을 지냈고 현재 이슬람 율법학교로 유명한 이맘 서데크대학의 교육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테헤란 옛 美 대사관

테헤란 도심 남부에 자리잡은 옛 미국대사관 건물은 반미의 상징물이자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란 혁명이 일어나던 해인 1979년 미국인 52명을 444일간 억류하며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던 이 곳은 현재 군사 고등학교 건물로 변해있지만 지금까지 13회의 각종 전시를 통해 반미의 기치를 올리고있다.

지난해 인질사건이 일어났던 날인 11월 4일부터 20일간 ‘스파이의 소굴(the den of espionage)’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개최, 이란 내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활동내용을 담은 자료들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곳은 군인들이 24시간 상주하며 전시기간 외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금지 구역이다.

6차선 도로를 끼고 있는 이 건물주변은 온갖 반미격문과 벽화로 뒤덮여 있다. “이슬람의 대학생과 전사들이 몸을 던져 스파이의 소굴을 점령, 국민들의 명예를 높였다”라는 아야툴라 호메이니의 격려문구가 이란어(파르시)로 쓰여있고 그 옆으로는 “미국에게 결정적인 패배를 안기겠다(We will make America face asevere defeat)” “미국 타도(Down with USA)”등의 영문구호가 잇달아 적혀있다.

대사관 건너편에서 기념품 게를 운영하는 아흐메드(31)씨는 당시 인질사건에 대해 “미국이 부패한 모하마드 팔레비 전 국왕의 망명허용에 저항했던 정당한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제 서로 좋은 것을 배우고 도움이 되기 위해서 손을 잡아야 하고 미국 대사관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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