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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현장 / KBS '열려라 동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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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현장 / KBS '열려라 동요세상'

입력
2002.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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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을 찾는 어린이 대부분이 유행가를 부른다.동요를 부르는 초등학생을 보기가 힘들다. 유치원생까지 대중가요를 선호한다.

3일 오후 4시 KBS홀. KBS, MBC, SBS의 유일한 동요 프로그램 ‘열려라! 동요세상’ 출연자 대기실에서 KBS 어린이 합창단을 지휘하는 작곡가 이수인씨는 요즘 세태를 이렇게 질타했다.

“방송을 비롯한 대중매체가 어린이 문화, 특히 노래 문화를 잘못 이끌었기 때문이다. 가요 프로그램은 많은데 동요 프로그램은 거의 볼 수가 없다."

‘눈을 굴려서 눈을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자…’ 13명의 유치원생으로 구성된 경기 어린이집 합창단의 귀여운 ‘멋진 눈사람’ 으로 8일 방송분 녹화가 시작됐다.

유치원생이나 어린이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NG도 많고, 제작진의 어려움도크다.

안무동작 하나 틀리면 다시 녹화해야 한다. 이날도 춤 동작이나 노래가 틀려 프로그램 녹화가 더디게 진행됐다.

성남 내정초등학교 3학년 안승원(9)양의 ‘구름’에 이어 나온 고등학교 학생 6명으로 구성된 ‘푸른이 연합중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어린이 동요 프로그램에 고등학생 이라니? “동요의 대중화를 위해 청소년들에게도 개방했다”는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열려라! 동요세상’은 동요를 생활화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일반인들에게 동요 가사를 공모한 뒤 당선 작품에 곡을 붙여 노래하고, 개그맨이 ‘동요를 사랑하자’는 캠페인도 벌인다.

또 동요와 관련 그림을 보며 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그림동요’ 코너도 신설했다.

가요 프로그램 녹화 때처럼 열띤 환호는 없지만, 어린이들이 부르는 동요가 뜨문뜨문 메운 객석에 즐거움과 감동을 주었다.

방송사들이 틈만 나면 공익성을 표방하지만, 정작 방송에서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달린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시청하기 좋은 시간대에 편성한다. 유일한 동요 프로그램 ‘열려라! 동요세상’도 격주로 방송된다. 당연히 PD들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어린이 프로그램 맡기를 꺼려 한다.

“뉴스에선 어린이들이 동요를 외면하는 현상을 보도하면서 정작 방송이 앞장서 동요를 외면하고 있다. 어린이 문화를 이끌어야 할 방송의 직무유기”라는 방청객 이현주(39)씨의 비판속에 출연자 모두가 함께 ‘눈 내린 마을’을 부른다.

그 아름다운 화음속에서 2시간의 녹화가 끝났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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