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2.2㎙ 세로 1.8㎙의 축구장.지난달 19일 대전 국립 중앙과학관에 위치한 이 작은 경기장은 한 로봇 선수팀에게 보내는 갈채로 가득 찼다.
2002 FIRA-POSCO컵 로봇축구 전국대회 코리안 리그에서 우승한 성균관대 ‘킹고(KINGGOㆍ성대의 응원 구호)’팀이었다.
1996년부터 매년 열리는 국내 대회에서 3번, 세계 대회에서 1번 우승컵을 차지한 이 ‘로봇축구의 명가’는 성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아이콘(I-conㆍintelligentcontrol and dynamic simulation) 랩 소속 대학원생들이 만들어온 역사.
현재는 백승민(28ㆍ박사 4년) 이동훈(30ㆍ박사1년) 황경훈(28ㆍ석사 2년)씨가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3번 세계1번 재패 '명가' "단순 스포츠 아닌 또다른 연구"
“국내에서 로봇축구대회가 처음 추진될 때부터 KAIST, 포항공대 팀과 함께 원년 멤버로 참여했어요. 하지만 그때 실력 그대로라면 지금은 예선 탈락일걸요.”
로봇축구는 이제 3개 대학 중 2개는 팀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각 대학의 자존심 대결의 장이 된 것.
지난 해까지 일괄적으로 3개의 로봇으로 겨루던 대회가 올해부터는 5개의 로봇으로 경기를 치루는 코리안 리그와, 3개의 로봇들이 겨루는 루키리그 등으로 세분화될 정도로 그 규모도 커졌다.
“경기에 참여하는 로봇이 많을수록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죠. 패널틱킥, 프리킥 등 일반 경기에 있는 규칙들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로봇선수들은 어떻게 작전을 짤까? 참가팀들은 경기장 위에 카메라를 가진 컴퓨터를 설치한다.
카메라는 1초에 60번 움직임을 잡고 컴퓨터는 이를 파악해 다음에 필요한 행동을 팀의 로봇들에게 전달한다.
로봇은 센서로 이 명령을 받고 자체 설치된 CPU는 정확히 그 동작을 실행하도록 바퀴에 달린 모터를 제어하는 것이다.
“로봇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에요. 또 다른 형태의 연구 경쟁이지요. 만약 다음 경기에서 더 훌륭한 로봇 기능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참가의 의미가 없습니다. 걷는 로봇, 자체 컴퓨터와 눈을 가진 로봇들이 축구를 하게 될 날도 머지 않았죠.”
어린시절 모형비행기조립과 과학상자놀이를 하며 공학자의 꿈을 키웠다는 이 젊은 과학자들은 이미 ‘성취에서 오는 기쁨’을 잘 알고 있었다.
야심찬 목표를 향해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글·사진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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