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국에서 입국을 거부당하니 난감할 따름입니다.”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거부를 당한 가수 유승준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는 도저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했다. “저는 국적은 미국이지만 몸은 한국인입니다.”
유승준의 ‘고국관’에 몹시 불쾌해졌다. 돈벌고 호사를 누릴 땐 한국인이고, 군대갈 땐 미국인이라. 이중 잣대에 기자도 난감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유승준의 여권에 쓰인 국적과 이름은 미국인 스티브 승준이다. 엄격하게 따지면 미국 시민의 국내 입국 거부인 셈이다.
미국에서 대부분을 살아온 미국인 스티브가 고국 사람들의 군에 대한 인식을 얼마나 깊이 알까.
2년 전 신청한 미국시민권을 들고 고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을 고국의 남자들이 얼마나 뻔뻔스럽게 생각하는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불쾌함은 많이 누그러졌다.
그러나 실망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누구나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지키겠다던 그의 호언을 믿어왔다.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미 2년 전에 미국시민권을 신청해 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망은 배신감으로 증폭되기까지 했다.
유승준이 분명 뉘우쳐야 할 부분이다.
가장 큰 책임은 유승준에게 거짓말을 시키고, 결국 이런 사태까지 부른 유승준의 주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가수를 만들었을까.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일까, 팬들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 전체일까.
어쨌든 술잔을 놓고 앉은 ‘고국의 남자들’은 유승준의 군대이야기를 화두로 입 속에서 단내가 났던 ‘진짜 군대이야기’를 밤새 나눌 터이다.
김재현 사진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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