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루비니백신(볼거리ㆍ홍역ㆍ풍진혼합백신)의 볼거리 면역 형성률이 떨어진다며 사용자제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보건당국이 4개월째 이 백신 사용을 계속 허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볼거리는 바이러스에 의해 10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발열, 구토, 고환염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법정전염병(2군)으로 뇌염 등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어, 이 백신을 접종받은 어린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WHO는 지난해 11월9일 정책지침서를 통해 “스위스에서 3년간 연구한 결과 루비니백신은볼거리 면역형성률이 6.3%에 불과, 같은 종류의 백신인 제릴린백신의 볼거리 면역형성률 61.6%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루비니백신을 국가 차원의 예방접종사업에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만약 접종을 받았다면 재접종해야 한다”고 각국 보건당국에 권고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지난해 11월말에야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하고 뒤늦게 확인작업에 들어갔으며, 이날까지사용 중단 조치는 물론 대국민 홍보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백신이 지난해 1월~11월 65만명분이
판매된 점을 감안할때 WHO의 사용금지 권고 이후로도 효과가 떨어지는 이 백신을 최소 수만명의 어린이들이 접종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WHO 지침서 대로 루비니백신의 볼거리 면역 형성률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안전성은 우수한 것으로 확인돼 효능과 안전성 두 측면에서 평가작업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는 볼거리백신으로 루비니와 제릴린백신 두 종류가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루비니 사용을 금지할경우 제릴린백신의 독점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2월 중순 효능, 안전성 검토작업의 결과가 나오면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루비니백신의사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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