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TV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건강보감 베스트’ 특집 코너에서 감기 예방비법이라며 소개한 코 세척법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방영 당시에도 과연 저렇게 ‘엽기적인’방법까지 동원해 코 질환을 예방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는데,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가 “방송이 나간 후 코 세척을 따라했다가 후유증을 앓는 코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비인후과학회와 공동으로 MBC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것이다.≫이비인후과학회는 물을 코로 마시면 코의 섬모 운동에 지장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체온보다 낮은 찬물이 코에 들어가면 코 점막이 과민해져 비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어린이가 따라 하다가 잘못해 마신 물이 기도로 들어가면 폐렴을 일으킬 수 있고, 코 뒤쪽과 귀로 연결된 이관(耳管)으로 물이 역류하면 중이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순규 교수는 “찬 물을 코에 그냥 부으면 ‘물고문’을 하는 것과 같다”며 “자칫 잘못하면 코의 점막이 손상돼 중이염이나 급성축농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평소에 실내습도조절을
■코 질환 예방법
흔히 가벼운 감기로 여기는 코 감기를 방치했다가는 급성 비염이나 만성 비염, 심할 경우에는 축농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콧병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는 축농증에 걸리면 치료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따라서 평소에 콧속의 점막층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조진희 교수는 “사실 겨울철에 코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를 자주 환기시키고 건조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르게 영양을 섭취하고 방안의 온도 및 습도를 적당하게 맞추고 집안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한 습도와 따뜻한 공기는 코가 가장 좋아하는 조건이다. 겨울철과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크고 건조해 코 점막이 자극받기 쉬우므로 가급적이면 너무 찬 공기나 더운 공기가 있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
또한 실내 습도는 40~60%로 충분하게 유지해야 하고 먼지나 공해물질이 많은 곳을 피한다. 이 밖에 코털을 너무 많이 자르거나 콧구멍을 후비는 습관도 콧속 건강에는 좋지 않다.
어린이의 경우 콧물은 반드시 한쪽 코를 막고 한쪽씩 풀어줘야 한다.
양쪽을 동시에 풀면 콧속에 고여 있는 분비물이 중이까지 밀려들어가 자칫 중이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코 세척법
콧속의 점막층을 건강하게 하는 데에코 세척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코 세척시에는 염분 농도가 0.9%인 생리식염수를 사용해야지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했듯이 맹물은 절대 금물이다. 염분 농도 0.9%는 1리터의 물에 9g의 소금을 용해한 농도다.
코 세척법 역시 ‘물고문식’ 방법은 곤란하다. 주사기에 50㏄ 정도의 식염수를 넣은 후 한쪽 코에 쭉 밀어 넣고 고개를 숙이면 식염수가 콧속을 청소하고 빠져 나온다.
이 때 코를 통해 목으로 넘어간 생리식염수는 뱉어내야 한다. 반대쪽도 같은 요령으로 한다.
하나이비인후과 이상덕 부원장은 “죽염이나 소금물, 맹물 등으로 코를 세척하는 자가치료법은 자칫 코 점막을 손상시켜, 수술로도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를 만들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생리식염수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코로 그냥 들이켜 마시면 코의 뒷편과 귀 안쪽을 연결하는 부위인 이관을 자극하고, 중이염과 같은 귓병을 유발할 수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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