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충격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북한의 반응처럼 당초 새로운 전쟁을 예고하는 선전 포고로 받아들인 분위기는 백악관의 한 발 물러선 해명으로 진정됐다.
그러나 막강한 힘과 그 사용 위협을 대외 정책의 중심으로 천명한 것이 옳으냐는 시비는 확대되고 있다.
유럽 등 외부 세계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베트남전 이래 가장 강경한 부시 독트린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들린다.
■ 물론 보수 여론은 국가 보위와 자유 수호를 외친 연두국정 연설에 환호한다.
테러와 대량살상무기위협 제거를 향한 단호한 의지에 박수치는 것은 당연하다.
소련과 공산주의를 저지하는 냉전 대결을 시작한 트루먼과 데탕트를 뒤집고 ‘악의 제국’ 타도를 추구한 레이건에 버금가는 위대한 결단이라는 칭송까지 들린다.
힘을 자제하지 않으면 외부의 반감과 적대를 키우고, 국내의 민심 이반을 초래할 것이란 비판은 아직은 크게 울리지 않는다.
■ 그러나 유럽에서는 부시의 ‘전쟁 연설’에 논란이 많다. 보수 언론도 ‘로마 황제의 진군가’ 또는 ‘미국식 원리주의’라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북한 등이 실제 테러를 지원하고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지, 또 그게 미국을 얼마나 위협하는 지에 회의적이다.
특히 북한과 이란의 대미 화해 자세를 외면하고 벼랑으로 모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방어력이 만만치 않은 이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메시지가 분명치 않은 점도 논란된다.
■이런 배경에서, 패권강화를 노리는 미국이 공산주의와 같은 공적(公敵)을 무리하게 만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프간 승전으로 고양된 민심과 긴장을 유지, 경제 회복 등 시급한 국내 이슈를 가리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부시의 전쟁 드라이브가 엄포에 머물더라도, 당장 여파가 가장 크게 미칠 곳은 한반도다.
슈타인버그 미 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소장 같은 이는 한반도 평화 과정을 중단시켜, 미국이 통일의 적(敵)이라는 인상을 한국민에게 굳혀 줄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정작 이 나라 여론은 조용하니, 딱한 일이다.
김병태 논설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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