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미군 최고 지휘부인 미 8군 사령부가 한반도 전역에서 피란민에게 사격 명령을 내리고 피란민 학살에 전투기까지 동원된 사실이 최근 미 국방부의 기밀 해제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영국 BBC방송은 1일 오후 9시(현지시간) 노근리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 '모두 죽여라(Kill Them All)'를 방영하기 앞서 웹사이트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미 국방부의 기밀 해제 명령서등을 공개했다.
BBC가 공개한 미군 양민학살 관련 문서는 ‘피란민에 사격을 가하라’는 내용의 ‘미 8군 사령부 명령서', 충북 영동군 노근리 사건 당일 미군 작전부대의 '명령 하달 일지'및 전투기동원을 요청하는 '미 공군 대령의 메모' 등이다.
미8군 사령부가 1951년 1월 한반도에 주둔하는모든 미군과 한국군에게 내린 명령서는 민간인에 대한 미군의 사격이 미군 최고 지휘부의 명령에 의해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났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 8군 사령부는 명령서에서 "모든 피란민은 작전지역을 통과할 수 없다"며 "이동하는 피란민에게 포격과 사격을 하라"고지시했다.
또 50년 7월26일 미 육군 25사단 사령부의 명령일지에 따르면 미군 25사단장인 윌리엄 B 킨 소장은 이날 오후 10시 "작전지역 부근을 이동하는 민간인을 적으로 간주하고 사격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노근리 사건 첫날에 킨 소장이 내린 명령이 문서로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이와 함께 노근리 사건 전날인 7월25일 미 공군작전 정보 참모인 터너 로저스 대령이 작성한 메모에는 미 육군이 노근리의 피란민 산개를 위해 미 공군의 작전을 요청한 사실이 나타나있다.
이 메모의 내용은 당시 피란민에게 기총소사를 했다는 노근리 생존자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BBC 다큐멘터리는 또 경남 마산시 진전면 곡안마을주민 80여명이 1950년 8월11일 피란 중 미군의 기총소사로 숨졌으며, 같은 해 9월1일 경북 포항 여남동(현 환여동) 해변에서 미 군함의포격으로 400여명이 학살당하는 등 총 61개 지역에서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노근리 사건 피해자들의 변호사인 마이클 최는1일 “노근리 주둔 미군 행정병에게서 ‘노근리 사건 당시 민간인 300여명에게 사격을 가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군 부대의 전쟁일지가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며 “증언자의 신원과 누락된 조사기록 등의 공개를 미 국방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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