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달 30일 프로야구 출범이후 처음으로 연봉조정에서 구단(LG)대신 선수(유지현)의 손을 들어준 것은 다소 의외였다.전례에 비취볼 때 구단의 승리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정위원들이 난상토론끝에 선수의 의견을 수용한 것은 비난을 의식한 고육지책이었다.
연봉조정 신청에서 구단편만 들고 무원칙 대응으로 일관한 KBO나 구단이 여론의질타를 피해보려는 생각에서 어쩔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게 야구계의 시각이다.
비록 유지현이 ‘선수도 연봉조정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기는 했지만 내년 시즌에도 이 같은 일이 지속되리라고 생각하는 야구인은 별로 없다. 어차피 구단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KBO의 태생적 한계때문이다.
‘면피용’으로 한 두명의 선수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는 있겠지만 KBO는 구단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당장 내년부터 연봉조정 신청 건수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연봉조정 과정에서 ‘게임의 법칙’이확립되지 않는 한 선수들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구단이나 KBO가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한 룰을 만들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선수들이 옳다고만 말할 수도 없다.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20년이지난 지금 선수들은 직장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금전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일부 스타선수들이 수혜자들이다.
시즌 성적이 별볼일 없는 데도 불구하고 이전의 성과나 이름을 앞세우거나 경쟁관계인 선수들의 연봉을 들먹이며 구단을 압박하곤 한다. 삭감하는 것은 절대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우기면서도 인상요인이 있으면 턱없는 요구를 하는 게 다반사이다.
모구단의 연봉실무자는 “정말 기가 찰 때가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선수들이 프로로서 자세를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이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모구단은 성적이 기대에 못미쳤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봉 삭감자는 불과 4명뿐이다.
연봉조정 과정뿐 아니라 연봉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구단이나 선수들의 행태는 예나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적어도 20살의 성년이 된 프로야구가 더 성숙하려면 합리적인 연봉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경기장에서 뿐아니라 연봉협상 테이블에서도 공정한 게임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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