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혁명에의 꿈이 서구의 지성을 한곳으로 몰아갈 때 D. H. 로렌스(1885~1930)는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남녀의 성적 결합에 있다고 보았다.그의 장편소설 ‘아들과 연인’은 시대를 앞서간 혹은 초월한 이 문호의 천재성이 결집된 소설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소설이 1913년 발표된 이후 우리는 90여년 간 편집자에 의해 표현이 삭제되거나 순화된 판본만을 읽어왔다.
민음사판 세계문학전집으로 번역된 ‘아들과 연인’(전2권)은 삭제된 부분을 복원하고, 로렌스의 원래 의도에 맞게 표현을 충실히 담아낸 판본이다.
1913년 당시 로렌스의 친구이자 이 소설의 편집자였던 에드워드 가넷은 작품을 내면서 500쪽 분량이 너무 많다며 100쪽 가량을 줄여버렸다.
또한 당시로서는 노골적인 표현, 예를 들어 엉덩이(hips)를 몸(body)으로, 허벅지(thighs)를 다리(limbs)로 바꾸는 등 사실상 로렌스 작품의 의미 자체를 바꿔버렸다.
로렌스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아들과 연인’은 무식하고 무기력한 노동자 아버지와 지적이고 자의식이 강한 어머니 아래 성장한 한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소년이 주인공이다.
남편을 경멸한 어머니는 큰아들마저 사고로 잃자, 둘째 아들 폴에게 애착을 보인다.
연인과도 같은 어머니의 사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폴은 연인의 정신적, 육체적 사랑을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오이디푸스’와 ‘햄릿’의 전통을 잇고,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으로 탐구했던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로렌스는 20세기의 언어로 묘사해 현대문학의 한 걸작을 만든 것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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