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전윤철(田允喆) 비서실장-박지원(朴智元)정책특보’의 투 톱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긴장감이 확연하게 느껴지고 있다. 특히 박 특보의 복귀는 외형에서 내용까지 상당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우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의 명칭이 수석회의에서 주요 간부회의로 바뀌었다. 박 특보와 임동원(林東源) 통일특보의 위상을 고려해서다. 김 대통령은 31일 전 실장과 수석들,두 특보와의 오찬에서 “이 회의를 주요 간부회의로 하고 한 달에두 번 정도, 필요하면 세 번도 열자”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비서실장은 수석들과, 경호실장은 직원들과 의논하고 양 특보는 자기 소관 일에 대해 대통령을 돕고 실장에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비서실장과 특보의 관계를 상하가 아닌 협력의 횡적 관계로 규정한것이다.
외형만 아니라 내용도 달라지고 있다. 신관 2층 경제수석실 옆 회의실을 개조해 마련한 박 수석의 임시사무실에는 청와대 안팎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이날 오찬 직전만해도 박 특보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순용(趙淳容) 정무, 김학재(金鶴在) 민정, 박선숙(朴仙淑) 공보수석과 함께 현안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조영달(曺永達) 교문수석도 박특보를 만나고 갔다. 경제와 통일ㆍ외교ㆍ안보 분야를 제외한 정치, 공보, 사회, 교육 분야를 사실상 챙기고 있는 셈이다.
박 특보는 자신을 향한 민감한 눈길을 의식, 오찬에서 김 대통령 양 옆으로 돼있던 두 특보의 좌석을 사전에 맞은 편 전 실장의 양 옆으로 바꾸기도 했다. 두 특보는 또 전 실장이 매일 주재하는 수석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러나 이 같은 조심성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 인사나 주요정책의 추진, 정치적 고비에서 전 실장을 축으로 하는 공식 라인과 박 특보의 라인이 어떤 궤적을 그릴 지가 본질적인 문제다.
두 라인의 조화 여부,엄밀히 말하면 박 특보의 행보가 작게는 청와대 비서실의 운영, 크게는 임기 말 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의미있는 변수가 된다. 박 특보를 주시하는 안팎의 시선이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