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경찰 때문에 남편이 죽었어요….”서울경찰청이 홈페이지에 게재된 시민들의 글 중 경찰에 대한 칭찬과 쓴소리 각 50편을 담은 ‘그렇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이렇게 해야 합니다’ 제목의 교양책자를 31일 발간, 고해성사를 했다. 이 책을 들여다 보면경찰의 무책임과 불친절, 부패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가정 주부는 경찰의 무책임한 업무집행으로 숨진 남편을 “책임지십시오”라고 절규하고 있다. 이 주부는 지난해 2월16일 남편이 차가운 경찰서 시멘트바닥에서 입에 거품을 문 채 떨고 있어 병원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은 “음주 측정을 위해 술 깨기를 기다린다”며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 고발했다.
이 주부는 “음주운전 사고가 아닌데도 음주측정을 하겠다고 방치한 경찰이 남편을 죽였다”고 호소했다.
“조금만 귀를 기울여 주었더라도 아버지는 차가운땅속에서 8개월이란 긴 시간을 외롭게 지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2000년 11월 평소와 같이 출근한 뒤 소식이 없는 아버지를 찾기위해 여러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내려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신고마저 거절 당하고, 8개월 만에 아버지의 주검을 목도한 딸은 분노를 넘어 ‘경찰의 관심’을 촉구했다.
서민을 등쳐먹는 ‘투캅스’에 대한 성토도 눈에 띈다. 한 시민은 승용차와 덤프트럭 충돌로 만삭의 임산부가 위급한 데도 출동한 경찰이 구조는 안중에도 없이 견인업체에 전화를 걸어 견인 차량 요청에 급급한 것을 보고 “왜 경찰이 신뢰 받지 못하는지 현장에서 느꼈다”고 꼬집었다.
또 전 근무지 동네 구멍가게에 까지 자녀 결혼 청첩장을 돌린 파출소 직원 등 꼴불견 경찰이 그려져 있다.
이책자에는 묵묵히 봉사하고 든든한 지팡이가 되어 준 아름다운 경찰상도 제시돼 있다. 52세의 중년 회사원은 지난해 10월 출근길에 숨이 가빠지고가슴이 조여 들어 파출소에 도움을 요청하고 정신을 잃었으나 경찰이 신속히 후송,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책자에 나타난 나쁜 경찰을 반면교사로 삼도록 직원들이 이 책자를 필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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