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출판문화협회와 전국서점조합연합회가 집계한 이번 주 베스트셀러 표를 들여다 봅니다.종합 판매순위 1위부터 10위까지의 책들입니다. 대충 훑어보더라도 이 10권의 책이 많이 팔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눠서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봉순이 언니’와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새삼 말할 것도 없이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책들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한 달 동안 한 권의 책을 정해 시청자들에게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엄청난 ‘홍보 아닌 홍보’를 합니다. 이 책들은 그간 이 프로그램이 소개한 단 2권의 책이지요.
번역물인 3, 4위를 볼까요.
3위는 지금 상영 중인 영화의 원작이 된 환타지소설이고, 4위은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의 원작 소설입니다.
7위에 오른 책도 또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이처럼 상위권의 문학서들이 모두 방송ㆍ영화ㆍ공연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나머지 중에서 5, 6, 8위는 요즘 독자들이 많이 찾는 경제ㆍ실용서입니다.
지금 한국 독서시장의 기준은 이처럼 분명합니다. 고전적 의미의 교양독서 패턴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방송을 타거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그대로 책이 ‘뜹니다’.
이건 편승이지요. 그리고 전염입니다. 소설이든 어린이책이든 책이 지닌 자체의 감동이나 흥미, 교훈과는 상관 없이 일단 외부 매체에 편승해서야 책이 팔립니다.
독자들은 코미디언이나 영화배우의 대사와 제스처에 기대 자신들이 읽을 책을 선택합니다.
마치 그 책을 읽지 않으면 문화적ㆍ시대적 감각에 뒤처지기라도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주저없이 집어들고 감동에 전염됩니다.
어렵게 어렵게 책을 골라 드는 손, 그것이야말로 진정 즐거운 정신의 선택행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중매체가 눈과 귀에 퍼부어주는 즐거움, 다른 이가 들어올려주는 손에 선택을 맡기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책을 스스로 골라낼 수 있는 손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하종오기자
jo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