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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태양을 쏜 중국神…주몽신화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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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태양을 쏜 중국神…주몽신화 닮았네

입력
200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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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화의 이해' / 전인초 등 지음“홍콩 느와르라는 명칭까지 만들어냈던 우위선(吳宇森)의 ‘영웅본색(英雄本色)’은 또 어떠한가. 의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 속으로 걸어 들어갔던 ‘영웅본색’의 주인공 샤오마(小馬ㆍ저우룬파 분)는 ‘사기’에 등장하는 비장한 자객들과 협객들, 그리고 비극적으로 죽어간 실패한 영웅 항우(項羽)의 또 다른 버전이다.”

국내의 대표적 중국신화 연구자 4명이 함께 쓴 ‘중국 신화의 이해’는 익히 알고 있는 흥미진진한 사례와 예화로 독자를 중국 신화의 세계로 초대한다.

서구의 신화는 우리에게 낯익다. 최근의 그리스ㆍ로마 신화 읽기 열풍으로, 어린이들조차 만화 등을 통해 제우스나 헤라 등 서구 신의 이름은 줄줄 욀 정도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반고(盤古)나 여와(女와)는 오히려 발음하기 조차 힘든 낯선 신들이다.

‘중국의 신화’는 중국에 대한 이해가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시점에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적 사유의 원천이 돼 온 중국 신화를 국내 최초로 알기 쉽게 이해할 수있도록 체계적으로 쓴 입문서이다.

전인초(연세대) 정재서(이화여대) 김선자(연세대) 이인택(울산대) 교수 4명의 필자는 중국의 창세신화와 영웅신화를 소개하고, 중국 신화가 문학과 민속에 미친 영향, 한국 신화와 세계 신화와의 관련성 및 그 가치를 차례로 검토했다.

신화란 무엇일까.

전인초 교수는 “신화의 창조란 바로 ‘혼돈과 무질서’에서 ‘정돈과 질서’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창조적 상상력으로 신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우주와 자연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한다.

깨어지지 않은 알과 같은 혼돈상태를 분리해 하늘과 땅을 나눈 우주 거인 반고, 진흙으로 인간을 빚고 하늘의 구멍을 메운 여와, 인류의 시조가 된 복희(伏羲)의 이야기는 바로 중국의 창세신화이다.

하지만 중국 신화에서 가장 다양한 구성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은 역시 영웅신화이다.

중국인들이 자신이 조상이라고 여기는 황제(黃帝)와 그에 대항하여 싸운치우(蚩尤)의 이야기, 태양과 달리기를 한 거인 과보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필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고대 그리스 신화와 중국 신화의 발상과 사유의 차이점도 설명한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은 침범 불가능한 아폴론 신의 영역이지만 중국 신화에서는 후예(后예)가 열 개의 태양을 향해 화살을 날린 신궁이자 영웅으로 묘사되는 식이다.

중국의 신화는 시나소설 등 문학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되살아났다.

고대 초나라의 시인 굴원(屈原), 위진남북조 시대의 도연명(陶淵明), 당나라의 이백(李白) 등의 작품에서 중국 신화의 신들은 주요한 소재였다.

현대 중국의 대표적 사상가이자 문호인 곽말약(郭沫若)과 노신(魯迅)에게도 고대 신화는 영감의 원천이됐다.

그렇다면 중국 신화는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월드컵 축구팀의 응원단인 ‘붉은 악마’가 흔드는 깃발에 등장하는 도깨비 형상이 바로 ‘치우’라는 사실은 우리가 중국 신화의 세계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 전래 민속에서 집집마다 살고 있는 부엌신에게 사람들이 제사를 지낼 때 물엿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엌신이 하늘나라에 가서 그 집의 험담을 늘어놓을까봐 염려해서 입을 붙여버리려는 것이 그 이유다.

어려서부터 들어온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이미 2,000년 전 중국에서 전승되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구려의 시조인 동명성왕 주몽은 또 태양을 쏘아 떨어뜨리려 한 영웅 예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 하는 문제들도 흥미롭다.

필자들은 이런 예화를 통해 중국 신화를 상식 수준의 정형화한 논의를 넘어서 이해하기 쉽고도 생동감 있게 그려내면서 그것을 새로운 문화 담론의 선상에서 다루려 한다.

정재서 교수는 “신화는 인류의 유년에 대한 추억이자 꿈이다. 중국 신화는 중국 문화의 뿌리로서 동아시아 문화와 근원적 상관관계에 있으며, 세계문화와도 보편성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중국만이 아니라 세계가 기억해야 할 자산이다”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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