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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매각협상 '안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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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매각협상 '안개 속으로'

입력
200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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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반도체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간 매각협상이 짙은 난기류에 휩싸였다.협상 막바지 단계에 마이크론의 경쟁업체인 인피니온이 끼어들고, 채권단과 하이닉스 사이에 미묘한 입장의 틈새가 벌어지면서 하이닉스 문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인피니온 변수

인피니온의 울리히 슈마허 회장이 하이닉스와 전략적 제휴협의를 위해 1일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본에 체류중인 슈마허 회장은 31일“하이닉스 반도체와 D램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인피니온의 가세로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제휴협상은 복잡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물론 완전인수형태의 ‘하이닉스+마이크론’협상과, 기술개발 및 생산조절 등 제한된 분야에서 제휴를 추진하는 ‘하이닉스+인피니온’협상은 짝짓기의 ‘질’이 다르다.

때문에 인피니온 변수의 돌출이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협상의 골격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하이닉스측도 “인피니온과 제휴문제는 마이크론과의 빅딜이 결렬됐을 때를 대비한 대책의 일환”이라고 말해 어디까지나 마이크론과 협상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슈마허 회장이 직접 움직이는 만큼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접촉이 단순한 제휴차원은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상황전개에 따라 인피니온이 마이크론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설령 하이닉스가 당장 마이크론과 협상을 깨고 인피니온과 깊숙한 제휴를 맺지는 않더라도, ‘인피니온카드’는 고자세를 보이고 있는 마이크론에 대한 효과적 압박수단이 된다는 평가다.

▣ 채권단-하이닉스 시각차

당초 채권단은 31일 구조조정특별위원회를 열어 마이크론이 제시한 4조원대의 인수가격 수용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의는 무산됐다. 채권단 내부 또는 채권단과 하이닉스간 의견조율이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다.

채권단은 마이크론 요구를 수용할 경우 2조~3조원의 부채탕감손실(출자전환전)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하이닉스를 독자생존시킨다면 최소 1조원이상의 투자자금을 신규수혈해줘야 한다.

당장의 비용만 보면 3조원 손실 보다 1조원 지원이 저렴하지만, 문제는 굴곡의심한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하이닉스의 중장기적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데 있다.

때문에 채권단내에선 여전히 마이크론 매각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정부당국자는“가격차가 타협가능한 수준까지 좁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회복에 고무된 하이닉스는 이제 내심 독자생존을 희망하고 있다. 하이닉스가 인피니온과 물밑접촉을 벌여온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 주말이 분수령

마이크론은 1일(미국시간) 세계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스티브 애플턴마이크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든 하이닉스 매각협상에 대한 공식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인피니온의 등장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마이크론과 인피니온의 일본의 도시바 메모리라인 인수에서도 현재 경합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채권단도 마이크론의 공식입장이 나오는대로 구조조정특위를 열어 최종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 협상은 이번 주말이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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