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인 것이 신용이다.지난해 개인 신용불량자가 36만여명이나 늘고, 경제활동을 법적으로 포기하는 ‘개인(소비자)파산’ 신청건수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크레디테크’시대를 앞두고 잘못된 신용 관리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히면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지고 결국 사채의 늪에 빠져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묶이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5월 146만명의 신용불량 사면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는 오히려 전년대비 17.6%(36만6,000명) 늘어난 245만명으로 집계됐다.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면서 개인파산도 급증했다. 서울지법 파산부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작년 말 현재 278건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였던 99년 249건의 개인파산 신청기록을 경신했다.
대법원이 집계하는 전국의 개인파산 신청건수도 작년 11월말 현재 615건으로 환란이후 최고치였던 99년 503건을 이미 넘어섰다.
이처럼 신용불량자가 늘어난 데는 신용카드 및 휴대폰 사용인구의 급증에 따라 카드 연체자와 통신요금 연체자가 늘어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신용카드 취급액이 역대 최고치인 400조원대로 성장하면서 특히 카드 관련 신용관리 문제는 사회문제로 폭발할 우려를 낳고 있다. 카드 관련 신용불량자 수는 지난해 3월말 70만9,000명, 6월말 90만4,000명, 8월말 95만4,000명, 11월말 104만1,000명으로 줄곧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파산 신청자 대부분이 카드 빚을 다른카드 빚으로 갚는 악순환 속에 결국 파산을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신용불량자의 급증도 문제다. 10대 신용불량자는 2000년 말 3,000명에서 작년 말 1만2,000명으로 늘어나고 20대는 26만7,000명에서 40만8,000명으로 52.8%나 늘어나는 등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의 신용불량화가 두드러졌다.
또 지난해 5월 신용불량 보존기록 삭제조치로 혜택을 받은 146만1,000명 가운데 신용불량자로 다시 등록된 인원은7만2,000명(4.92%)에 달했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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