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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Love Soccer] 유니폼 '태극마크 퇴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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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Love Soccer] 유니폼 '태극마크 퇴출' 유감

입력
2002.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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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축구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 한국축구의 장래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이는데 한 선배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이 부르짖었다. “이 중에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아본 사람은 나 뿐이야!” 그 이후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은 그저 ‘개 짖는 소리’가 됐고, 그 선배의 거룩한 말씀은 '복음'이 되었다. 별 수 있겠는가?‘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아 본’ 사람이 하는 얘기인데.그런데 이렇게 거룩한 권위를 자랑하는 ‘가슴의 태극마크’가 국가대표팀 유니폼에서 곧 퇴출될 것이라고 한다. 축구선진국의 대표선수들은 가슴 왼쪽에 축구협회의 문장을 붙이고 나오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이며 우리처럼 떡 하니 국기를 붙이고 나오는 촌스러운 나라는 드물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외국에서 생활할 때 어쩌다가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핑 돌곤 했었다.촌스럽게 무슨 국민의례냐고 투덜대는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굳게 다짐했었다.“촌스러워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우리 대한민국.” 그리고 이런 유치한 수준의 애국심이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도않는다. 이런 나에게 ‘가슴의 태극마크’를 퇴출시킨다는 것은 서울 시내에서 남산을 없애자는 얘기나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라. 남산이 없어지면 내일부터 애국가 2절은어떻게 부를 것인가?

이런 상념에 젖어들다 보니 그만 나도 모르게 열이 받아서 절친한 축구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잘난 축구선진국들은 언제부터 국기 대신 축구협회 문장을가슴에 달고 나왔대?”

“아마 월드컵이 시작될 때부터죠? 월드컵 자체가 국가 대항전이 아니라 축구협회 대항전이니까요.”

“그럼 가슴에 국기를 달고 나오는 나라는 어디어디인데?”

“우리나라, 중국,태국…뭐, 축구후진국들이죠.”

“우리나라가 축구 후진국인 것 맞잖아? 후진국이면 후진국답게 놀아야지.”

“그래도 월드컵을 개최하는 나라가 세계적인 흐름에 그렇게 뒤쳐져서야 되나요?”

이렇게 합리적인 주장에 더 이상 시비를 걸 수는 없다. 그래도 어린 시절 축구를 처음 배운 순간부터 언제나 내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가슴의 태극마크’가 이렇게 사라진다는 건정말 아쉬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대한축구협회의 호랑이 문장을 태극마크를 현대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바꾸면 안 될까?아니면 호랑이 눈알에 태극마크를 그려 넣든지.

/강석진ㆍ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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